파생상품 덫에 걸린 버핏
"파생상품은 금융시장의 대량살상무기다. "

투자의 현인으로 칭송받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 사진)가 한 말이다. 2008년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를 키운 주범이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비롯한 파생금융상품이란 점을 한껏 부각시키기 위한 비유였다. 그랬던 버핏도 파생상품의 덫에 걸렸다.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3분기 파생상품 투자에서 총 24억달러(2조67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해 1억4000만달러 손실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때문에 벅셔해서웨이의 3분기 순이익은 22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줄었다. 벅셔해서웨이의 대부분 사업이 이익을 냈지만 파생상품 손실이 이를 갉아먹은 것이다.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해놓은 파생상품은 주가지수 풋옵션,기업과 지자체 등에 대한 CDS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손실이 큰 것은 주가지수 풋옵션이다. 지난해 3분기 7억달러이던 손실이 올해 3분기에는 20억8000만달러로 약 3배로 커졌다.

파생상품 덫에 걸린 버핏
버핏은 주가가 거의 꼭지이던 2006~2007년 계약 상대방들에게 네 가지로 구성된 주가지수 풋옵션을 총 49억달러(프리미엄)를 받고 팔았다. 풋옵션을 팔았다는 것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다. 이 풋옵션의 계약 만기일은 2018년 6월~2026년 1월이다. 만기가 돼서 예상대로 주가가 오르면 벅셔해서웨이는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챙기게 된다.

문제는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경우다. 벅셔해서웨이는 풋옵션을 산 계약 상대방들에게 약정한 금액을 만기일에 지급해야 한다. 올해와 지난해 3분기 손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가지수가 계약 시점보다 하락,평가손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만기일에 4개 주가지수 가격이 제로(0)가 되면 손실이 34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드워드존스앤드컴퍼니의 톰 르완도우스키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선 벅셔해서웨이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우려할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벅셔해서웨이도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점점 커지는 게 불안했던지 SEC 공시 주석을 통해 지난해와 올해는 신규 계약이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벅셔해서웨이의 총 파생상품 투자손실은 지난해 1~3분기 19억1000만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23억5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