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질주'가 씁쓸한 운용ㆍ자문사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에 근접하며 '나홀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강세는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길 만한 일이지만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들은 삼성전자의 질주가 달갑지 않다. 삼성전자 투자 비중이 낮은 주식형펀드와 자문형 랩의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의 벤치마크가 되는 코스피지수와 코스피200지수는 지난 9월 말 이후 이달 4일까지 각각 8.97%와 9.51% 뛰었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19.64% 급등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액티브 일반)의 해당 기간 수익률은 4.41%에 불과했다.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조차 수익률이 6.09%에 그쳤다. 주식형펀드 내 삼성전자 비중이 시가총액 비중보다 낮은 탓이다.

8월 10% 미만으로 떨어졌던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두 달여 만에 13%대로 늘어났지만 이 기간 증시 하락을 염려한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못했다.

삼성그룹주펀드 수익률도 삼성전자 비중에 따라 갈렸다. 삼성전자 비중이 24.81%에 달하는 '한국투자킨덱스삼성그룹주SW상장지수펀드(ETF)'의 10월 이후 수익률은 12.01%인 반면 삼성전자 비중이 10.71%인 'IBK삼성그룹A'의 수익률은 8.35%에 그쳤다.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에 집중했던 자문사들도 생각지 못한 삼성전자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뒤늦게 삼성전자 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투자 비중이 0%였던 브레인과 케이원은 10월 한 달 동안에만 비중을 15.2%와 14.4%로 각각 늘렸다. 한국창의 역시 10월 초 7.4%였던 비중을 13.1%로 높였다.

하지만 투자 성과는 변변치 못하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투자자문사의 한 달 수익률은 유리치(13.91%) 이룸(13.51%) 프렌드(12.50%) 등 일부 중소형사를 제외하곤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11.98%)을 밑돌았다.

브레인 한국창의 코스모 레오 등 상위 자문사의 수익률도 5~10% 선에 머물렀다.

강지연/임근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