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1300곳 만든다…주유업계 '초긴장'

지경부, 최대 100원 싸게 공급

NH 주유소 대부분 지방에…실제 가격인하 효과 미지수
석유유통協 "공정위 제소"

정부는 2015년까지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기존 주유소보다 ℓ당 최대 100원 싸게 파는 '알뜰 주유소'를 전국에 1300개 만들기로 했다. 전체 주유소의 10%가량을 알뜰 주유소로 전환,4개 정유사 중심의 과점 시장에 경쟁 원리를 불어넣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제품 공급 여부와 실제 가격인하 효과를 놓고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3일 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새로운 석유제품 공급자로 참여하는 알뜰 주유소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대량 공동구매 방식으로 싸게 구입한 석유제품을 자가폴 주유소,농협 주유소,고속도로 주유소 등에서 그만큼 저렴하게 팔겠다는 게 핵심이다. 석유제품은 국내 정유사와 해외 정유사로부터 입찰 방식으로 공급받을 계획이다. 농협은 직영하고 있는 NH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고,석유공사는 자가폴 주유소와 고속도로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댄다. 지경부는 대량 구매 효과로 ℓ당 50원가량,사은품 미지급 및 셀프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으로 ℓ당 20~50원 등 ℓ당 70~100원의 기름값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올해 안에는 이미 알뜰 주유소 형태로 운영되는 농협 NH주유소 300개를 포함해 자가폴 주유소 50개,고속도로 주유소 50개 등 400여개의 알뜰 주유소가 나타날 것으로 지경부는 보고 있다. 지경부는 향후 1년 안에 알뜰 주유소 개수를 5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초기 알뜰 주유소 운영의 중심이 되는 300개 NH주유소는 서울 1개,수도권 60여개를 제외하곤 모두 지방에 있어 고공행진 중인 서울 · 수도권 지역의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의 자가폴 주유소들이 알뜰 주유소에 점차 참여하게 되면 서울 수도권 소비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정부가 밝힌 국내외 정유사 대상의 입찰 공급 방식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알뜰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을 기존 주유소보다 싸게 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 계획대로 정유사들이 입찰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정유사와 주유소 대리점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석유유통협회는 알뜰 주유소 사업에 참여하는 석유공사의 역할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키로 했다. 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석유공사의 저장시설과 수송수단을 이용해 자가폴 주유소 일부 사업자에게 기름을 싸게 공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정호/윤정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