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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최대쟁점 ISD…1% 미만 가능성에 '광우병식' 여론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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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한국, 중남미와 달라…1% 미만 가능성에 '광우병식' 여론몰이
    (2)보건ㆍ부동산 등은 제소대상 아니다
    (3)美 승소 13% 뿐…패소가 더 많아
    (4)한ㆍEU FTA에도 ISD 사실상 포함
    (5)反시장ㆍ反기업 정책은 제소 대상

    국회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처리를 앞두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ISD 괴담까지 떠돌며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다.

    ◆저개발국가와 한국은 다르다

    ISD를 이유로 한 · 미 FTA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1990년대 중반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과 미국 투자기업 간 소송을 예로 들며 한 · 미 FTA 발효 시 ISD관련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한 · 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멕시코 정부가 국내법에 따라 미국 폐기물 처리업체를 규제했다가 ISD 소송에 휘말려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준 사건을 ISD 제도의 대표적인 폐해 사례라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사례는 미국 기업 유치 시 멕시코 정부가 약속했던 정당한 인 · 허가 발급을 취소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안이다. 기업이 손해를 본 것으로 ISD와 관계없이 제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태호 외교부 FTA 정책국장은 "미국 투자기업은 한 · 미 FTA가 아니더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며 "ISD제도로 미국 기업들의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시장경제 원칙을 따르고 안정적인 법체제를 갖춘 상황에서 소송 남발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강조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1% 미만의 가능성을 가지고 광우병 사태와 유사한 여론 오도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반시장 ·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는 중남미 국가 사례를 한국에 끌어다 붙이는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4대보험,부동산정책 ISD 대상서 제외

    한 · 미 FTA 반대 측에선 미국계 다국적 기업이 이윤 확보를 위해 ISD를 활용,우리 정부가 시행하는 법과 제도를 국제 분쟁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이해 관계와 배치되는 국내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것이란 논리다.

    예컨대 미국 보험회사가 한국의 국가의료보험제를 문제삼아 소송을 걸면 사회 안전망이 붕괴되고,미국계 펀드가 투자한 제조업체가 그린벨트를 걸고 넘어지면 국가 차원의 토지이용 계획이 백지화될 거라는 식이다. 인터넷 상에선 이미 이런 식의 시나리오들이 과대 포장돼 괴담처럼 퍼지고 있다.

    괴담 수준의 이런 얘기들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한 · 미 FTA 협상을 벌이면서 협정의 적용배제 및 예외조항을 규정했다. 국민연금 및 건강 · 고용 · 산재보험 등 4대 보험,한국은행 및 8개 국책금융기관은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다. ISD 제소 대상이 될 수 없다.

    내 · 외국 기업에 비차별적인 과세조치 및 통화 · 신용 · 환율 정책도 예외조항으로 잡혀 있다. 우리 정부가 필수적인 안보이익 보호를 위해 내린 긴급 조치 역시 협정 예외조항에 포함된다.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과 토지 용도 제한도 외국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석영 FTA 교섭대표는 "예외 규정 외에도 개방 예외 조항인 91개 유보 조항을 만들어 공공정책 자율권을 포괄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기업 패소사례 더 많아

    ISD 관련 소송절차가 미국에 유리하게 구성돼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작년 말까지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회부된 ISD 관련 소송은 390건이다. 미국계 투자기업이 상대방 국가를 대상으로 제소한 것은 이 중 108건이다.

    재판 결과를 보면 ISD 소송이 꼭 미국 기업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의 패소 건수가 승소 건수보다 많아서다. 108건 중 미국 기업이 승소한 건은 15개(13.9%),패소한 건은 22개(20.4%)다. 나머지 71건은 현재 재판 계류 중이거나 미국 기업의 소송 취하로 마무리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도 주마다 다른 법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법원이 아닌 제3의 국제 중재기구가 분쟁을 판정토록 하는 게 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한 · EU FTA에도 ISD 포함돼

    반대 측은 지난 7월1일 발효된 한 · 유럽연합(EU) FTA에 ISD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한 · 미 FTA에서도 ISD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 EU FTA에 ISD 조항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ISD 조항이 빠진 이유는 한 · EU FTA 협상 당시 외국인 직접투자 분야가 EU 집행위원회의 협상 권한 사항이 아니라 각 회원국들의 권한이었기 때문이다. 한 · EU FTA에는 ISD 조항이 없지만 한국 정부는 27개 EU 회원국 중 22개국과 ISD 조항이 포함돼 있는 양자 간 투자협정을 맺고 있다.

    미국이 17개국과 맺은 FTA에는 ISD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호주와 이스라엘과 맺은 FTA를 제외하곤 나머지 15개 FTA에 ISD조항을 명시해놨다.

    ◆반(反)시장정책은 ISD제소 대상

    ISD 조항이 국내 공공정책 운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반시장 정책은 언제든지 제소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다. 현재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 민간 자율합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법으로 이행을 강제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내 대기업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들이 반시장 · 차별적 정책이란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다른 국가들에서 ISD 소송에 걸린 건들은 대부분 외국기업을 겨냥한 내국기업 우대 정책"이라며 "이런 정책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도 똑같이 문제삼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Investor-State Dispute.특정 기업이 상대방 국가가 도입한 정책 때문에 손해를 봤을 때 상대국을 제3의 중재기구,즉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ICSID 중재부는 당사국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협의를 통해 선정한다. 합의가 안 되면 ICSID 사무총장이 추천한다.

    ISD는 한 · 미 FTA에만 있는 특별한 제도가 아니다. 국제적인 투자 관련 협정에 일반화된 글로벌 스탠더드다. 전 세계 2500여개 투자협정(BIT) 대부분에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도 칠레 싱가포르 등 국회 동의를 거쳐 발효된 FTA와 85개 투자협정 중 81개 투자협정에 ISD 조항을 넣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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