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단풍 아래 오래된 철길…독일 라인강변보다 훨씬 나아"
단풍이 절정에 달한 운길산을 바라보며 옛 중앙선 철길 위를 달린다. 따사로운 햇살이 북한강 물결 위로 반짝인다. 페달을 더 세게 밟으며 상쾌한 공기를 가르는 가을날의 자전거길.

오는 6일 열리는 '한경 4대강 자전거길 대행진'을 앞두고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 씨(60 · 전 대우건설 상무)와 함께 행사 코스인 중앙선 양수역부터 팔당역까지 왕복 19.8㎞를 미리 달려봤다.

"강과 산 낙엽 단풍이 오밀조밀하게 어우러진 한강 자전거길은 세계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환상적인 코스입니다. 독일 라인강이나 일본 최후의 청류(淸流)라고 불리는 요시노강의 자전거길보다 훨씬 나아요. "

차씨는 자전거로 전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 전 대기업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유럽 10개국과 미국 일본 뉴질랜드 중국 등을 다녀온 자전거 전문가. 미국 횡단 경험을 엮은 《아메리카 로드》,일본 횡단기 《재팬 로드》를 펴낸 여행작가로 문화체육관광부 자전거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경기도 양평과 남양주의 경계,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부근에 펼쳐진 자전거길은 고즈넉하면서도 시원스러웠다. 코스 시작점에 있는 북한강철교에서 본 경치도 기가 막혔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교 또한 자전거 라이더들을 반갑게 맞아줬다. 한강과 운길산을 끼고 달리다 만난 능내역은 라이더들의 쉼터.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간이역이 자전거길 개통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차씨는 "이번 코스는 1960~1970년대 중앙선 기차를 타고 다니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며 "전반적으로 평탄해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온가족과 연인이 함께 달리기에도 좋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곳곳의 자전거 여행 경험을 살려 이곳을 국제적인 관광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큰 강이 산을 끼고 있는 곳에 자전거길이 잘 나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강 자전거길로 세계의 라이더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한강은 천혜의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교토는 자전거를 빌려 관광지 곳곳을 다닐 수 있게 했어요. 서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 달릴 수 있도록 관광 상품을 만들면 아주 인기 있을 겁니다. "

양평 · 남양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