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글로벌, 유럽위기 첫 희생양] 성장 멈춘 유로존…기업들 장기불황 대비
유럽의 자동차와 중장비 생산업체들이 감산에 돌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내년 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카니아 볼보 다임러 등 유럽의 중장비 제조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1일 보도했다. 스카니아는 이달부터 생산량을 15% 줄이고,볼보는 내년 초부터 중장비 생산 감축을 실시한다. 울로프 페르손 볼보그룹 회장은 "내년 유럽 지역 매출이 10%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승용차 생산업체들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푸조시트로엥은 지난주부터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을 멈췄다. 주요 시장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재정위기 여파로 차량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6000명을 구조조정한 뒤 8억유로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유럽 대신 중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유로존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침체를 겪을 것이란 예측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0.3%로 예상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6%인 것을 감안하면,OECD는 유로존이 올해보다 내년에 훨씬 큰 불황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 실업률은 지난 5월 10%를 넘어선 이후 7월부터 3개월간 연속 상승했다.

유로존 위기는 유럽의 개발도상국인 동유럽마저 위협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유로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슬로바키아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7월에 4.1%였으나 10월 1.1%로 낮아졌고,루마니아는 같은 기간 3.8%에서 1.1%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아 역시 전망치가 3.7%에서 2.3%로 하락했다.

FT는 "만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등으로 번지면 유럽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동유럽에서 가장 먼저 대출을 회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