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도대체 뭘 넣었길래…’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어묵 햄버거 라면 만두가 특급호텔에서 ‘명품 음식’으로 변신했다.48만원짜리 어묵·사케 세트메뉴가 나오는가 하면,18만원짜리 햄버거도 판매되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는 28~29일에 ‘어묵과 프리미엄 사케 딜라이트 갈라 디너’를 연다.테이블에서 먹으면 42만원(부가세·봉사료 포함),스시 카운터에 자리를 잡으면 48만원을 내야 한다.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애피타이저로 나오는 카나페는 빵이 아닌 ‘쥐치 회’ 위에 캐비어와 트뤼플(송로버섯의 일종)을 얹는다.캐비어와 트뤼플은 푸아그라(거위 간)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최고급 식자재다.

주인공인 어묵은 광어 도미 정어리 등 100% 생선 살로만 만든다.일본에선 어묵의 의미가 샤브샤브처럼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에 각종 식자재를 넣어서 먹는 음식’인 점을 감안해 어묵 뿐 아니라 샥스핀과 소의 힘줄,새우,일본 교토산(産) 채소 등도 통째로 내놓는다.이들 재료를 가다랑어 포와 다시마 등으로 우려낸 국물에 넣어 익혀 먹도록 한 것이다.이어 참복을 올려놓은 복 돌솥밥이 나오고,오븐에 구운 감이 디저트로 제공된다.

음식과 함께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준마이 다케쓰루’를 비롯해 히로시마 명주 ‘준마이 스이신’과 ‘교쿠센 교큐죠’,‘모모카와 다이긴죠’ 등 최고급 사케가 차례차례 테이블에 오른다.호텔 관계자는 “미식가들에게 본토 어묵 요리의 참맛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12월부터는 어묵 요리를 정식 메뉴에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장동에 있는 W호텔의 양식당 ‘키친’은 18만원짜리 햄버거를 판매하고 있다.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가격이 3000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60배나 비싼 값이다.W호텔 베이커리에서 구운 빵 사이에 최상급 호주산 와규 안심과 푸아그라를 넣었다.푸아그라 위에는 트뤼플을 고명처럼 얹었다.캐나다산 랍스터와 구운 송이버섯이 감자칩과 함께 ‘사이드 디쉬’로 나온다.

W호텔 관계자는 “가격은 비싸지만 최고급 식자재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보양식 대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며 “2008년 8월 첫 선을 보인 뒤 지금도 꾸준하게 나가는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다”고 소개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별식’은 3만3880원짜리 라면이다.투숙 고객에 한해 룸 또는 실내 수영장으로 배달해준다.키조개 관자와 왕새우,오징어,모시조개 등 신선한 해산물과 버섯으로 우려낸 국물이 매력 포인트.공기밥과 달걀 후라이,김치 등 밑반찬이 따라 나온다.호텔 관계자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 투숙객들도 자주 시켜먹는다”고 전했다.

리츠칼튼은 오는 12월에 새단장하는 중식당 ‘취홍’에서 10만8000~18만원에 이르는 딤섬(중국식 만두) 세트를 내놓을 계획이다.푸아그라,샥스핀,제비집,발채 버섯 등 최고급 재료가 들어간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