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850선에서 횡보할 때만 해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의 일시적 반등)’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8월 급락 이후 박스권의 상단으로 인식되던 1950선을 지난 28일 장중 돌파하면서 머지않아 2000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비롯한 유럽 정책당국이 그리스 국채 손실률을 50%로 정하는 등 재정위기 극복 방안에 합의한 데 이어 미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5%를 기록하면서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도 가라앉았다.
“美·유럽 리스크 완화…코스피, 연내 2050까지 추가상승 가능”
○악재 잠잠…연말까지 상승 지속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스피지수가 연내 2000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수 JS투자연구소장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약해져 주식시장이 악재보다는 호재에 반응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2000~205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동구 SB투자컨설팅 대표는 “3분기 기업 실적이 악화된 것을 감안해도 국내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며 “주가수익비율(PER) 10배인 코스피지수 2080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강해 동양종금증권 팀장과 황현달 구룡21투자컨설팅 대표는 2050을 코스피지수의 연내 고점으로 제시했다.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2100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안정모 부자병법 대표는 “아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낮은 종목이 많고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 여력도 충분하다”며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어 코스피지수는 2100까지 고점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준혁 추세투자연구소 대표도 연내 고점으로 2100을 전망했다.

반면 이효근 COF컨설팅 대표는 “코스피지수가 최근 급등해 대형주들이 저평가 상태를 벗어났다”며 1950 이상의 추가 상승은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조민규 리서치가이드 대표는 “최근 주가 급등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일시적인 조정을 보인 후 추가 상승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경기 등 변수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더라도 대내외 변수에 따라 단기적으로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재정위기 해소 과정에서 유럽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과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변수로 지적된다.

강 대표는 “유럽 은행들의 자본 확충이 시급해 유럽계 자금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며 “주가 상승 속도가 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국은 부동산시장 불안에 지방정부의 과다채무 문제까지 안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아 증시 여건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 경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변수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릴 것”이라며 “연말까지 1800을 저점, 2100을 고점으로 한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2100까지 오른 뒤 기술적 조정 성격의 하락세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황 대표는 “코스피지수 2000까지는 본격적인 상승세라기보다는 지난 8~9월 급락에 따른 되돌림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실물경기와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1900선까지 다시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재정 문제는 앞으로 단기 충격 요인에 그치겠지만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라는 새로운 변수가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IT부품 유망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유망한 종목으로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관련주를 꼽은 전문가들이 많았다. 단기적으로는 그간 낙폭이 컸던 조선과 화학 업종도 유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소장은 “IT 업종은 4분기 이후에도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업종도 꾸준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시장에서는 IT 장비 및 부품주와 2차전지 관련주가 시장 대비 강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IT와 스마트폰 부품, 헬스케어 등 실버산업 관련주를 유망 업종으로 제시했다.

종목별로는 업종 대표 기업 위주의 대형주가 유망하다는 의견과 부품업체 중심의 중소형주를 추천하는 의견이 엇갈렸다. 조 대표는 전기·전자 철강 건설을 유망 업종으로 꼽은 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주를 추천했다. 서 대표는 IT 자동차 외에 LG화학 에쓰오일 등 정유·화학주와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등 유통주를 추천주로 제시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