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열차 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를 오는 12월 올리기로 한 것은 공공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울 만큼 공기업의 경영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장 재 · 보궐선거가 끝났고,'물가 오름세가 꺾였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선거 끝나자마자 인상

28일 한나라당과 정부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진 지난 26일 KTX 요금을 현행보다 13%,고속도로 통행료는 7% 올리는 방안을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보고했다. 2006년과 2007년 이후 묶어놓은 요금을 인상해 코레일과 도로공사의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4% 이내로 인상폭을 낮추자'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물가 급등과 소득 감소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중교통 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물가상승률인 4% 이상 올리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재정부도 최근 10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2%) 이내로 인상폭을 억제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인상폭을 최소한으로 했다"고 말했다.

◆'콜렛-헤이그 규칙' 적용

이번 인상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도로통행료 인상 방식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취임한 직후 창의적인 물가 대책으로 제안했던 콜렛-헤이그 규칙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행락객이 많은 주말 고속도로 통행료는 크게 올리고 평일 출퇴근 시간은 통행료를 덜 올려 서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박 장관은 17대(2004~2008년) 국회의원 시절에도 이 원칙을 원용한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콜렛-헤이그 규칙이 고속도로 통행료에 적용되면 전체 요금이 평균 2.9% 오르는 대신 출퇴근 시간에는 인상폭이 1.76%로 줄어든다. 반면 주말에는 인상폭이 2.9% 이상으로 높아진다.

예컨대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 통행료는 현재 1만8100에서 1만8600원으로 평균 500원 오르지만 출퇴근시간 요금은 1만8230원으로 130원 오르는 데 그친다. 주말 요금은 할증돼 1만9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주말 할증을 하는 대신 출퇴근 할인폭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 혼잡 부작용 우려도

평일이나 출퇴근 시간대에 통행료를 할인하면 교통 혼잡이 가중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평일이나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나 지하철 요금을 더 비싸게 부과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용찬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콜렛-헤이그 규칙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도로 통행료 등에 적용해온 혼잡이론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 콜렛 헤이그 규칙

Corllet & Hague Rule.여가나 레저 관련 소비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근로를 장려하는 것에는 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원칙.생산성 향상과 공평성을 높이기 위해 세금 부과에도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