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산업 中企에 일감 몰아주기…대기업 "쫓겨날 줄은 몰랐다"
정부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대기업들을 정부 부처와 공기업,지방자치단체 등이 발주하는 시스템통합(System Integration · SI) 사업에서 퇴출시키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낙후돼 있던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소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주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공공부문 입찰 참여가 배제된 대기업들은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의 매출 감소도 부담스럽지만 무엇보다도 해외사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대기업이 SW 생태계 교란"

SW산업 中企에 일감 몰아주기…대기업 "쫓겨날 줄은 몰랐다"
정부가 2006년 말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SI산업에 사실상 부활시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제대로 일궈야 한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이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태계를 지금과 같은 상태로 놔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대기업들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대형 IT 서비스 업체들이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에 의존하면서 저가로 공공시장에 참여해 중소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SI사업에 큰 차질"

하지만 이날 보도를 접한 대기업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대 · 중소기업 상생정책이 확산되면서 공공부문 수주가 줄어들 것이라는 각오는 해왔지만 아예 전면 차단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또 일감 자체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해외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감이 더 컸다.

실제 삼성SDS,LG CNS,SK C&C,포스코ICT 등 대형 SI업체들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면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최근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내 공공부문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 일감을 얻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특히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 전자정부 구축사업에는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대형 SI업체들의 모임인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이지운 전무는 "대기업을 규제해 외국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이 감원을 동반하는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중소 업체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모여 있는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의 구성회 전무는 "그동안 대기업 하청을 받아 실질적으로 공공기관의 SI 업무를 해온 만큼 품질이 나빠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직접 수주를 통해 업체들의 재정 여건이 나아지면 연구 · 개발(R&D) 등에 대한 투자여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반겼다. 중견 업체 가운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대우정보시스템 관계자도 "중소 · 중견업체로서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LED 대기업들도 큰 타격

동반성장위원회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사업에 대기업들의 사업철수를 공식 요구할 것이라는 소식에도 관련 대기업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업에 진출해 있는 중소기업은 1000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LED 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지정하면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대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LG 외에 포스코가 작년 9월 시장에 진입했고 현대백화점그룹도 서울반도체와 손잡고 작년 12월 현대LED를 설립했다. 동부그룹도 올 4월에 LED조명 조립업체인 화우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문제는 LED가격이 일반 조명보다 6~10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관수(官需)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외 모두 동일한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반위가 강제조정을 거쳐 시장참여를 막아버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기업들의 변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나오려면 우선 국내 시장에서 힘과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런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승우/박동휘/박신영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