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약값 인하는 위법"…대형 로펌들 떴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최근 들어 한국제약협회에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다. 제약업계 2조원 매출을 좌지우지할 '약값 인하 무효' 소송을 따내기 위해서다.

수임료가 수십억원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갈수록 시장이 커지는 제약 분야 소송에서 주도권도 잡을 수 있는 기회여서 로펌들은 자존심을 건 수임 경쟁을 벌이고 있다. 26일 로펌 업계와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태평양,광장,세종,율촌 변호사들은 협회를 찾아 각 로펌의 소송 전략을 소개했다. 협회 관계자는 "로펌들과 소송을 위해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가 제도 개편 및 제약 산업 선진화 방안' 때문이다. 복지부는 당시 "처방의약품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며 "내년부터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최고가를 80%대에서 53.5%로 일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내년 1월 이 내용을 고시할 계획이다. 그 결과 매년 국민부담금 6000억원,건강보험 지출액 1조5000억원 등 총 2조1000억원을 절감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액수만큼 제약사의 매출 감소와 이익 축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제약협회는 '앉아서 당하는' 대신 고시가 나오면 소송으로 무효화시키기로 했다.

로펌들은 △재산권을 심각히 침해해 장관의 재량권을 일탈했고 △기존 약품에도 적용돼 소급입법인데다 △예측의 범위를 넘어선 행정이며 △상위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며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42조에는 '요양급여비용은 공단의 이사장과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와의 계약으로 정한다'고 돼 있는데,이번 경우는 공단이 독자적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태평양은 지난 21일 '영상장비 수가 인하' 소송에서 이겨 기세를 올리고 있다. 김종필 변호사 등은 45개 병원을 대리해 복지부를 상대로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수가를 15~30% 인하하는 고시처분을 취소토록 하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오정민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회사와 생동성시험 업체를 상대로 낸 약제비 환수소송에서 생동성시험 업체를 대리해 1,2심에서 승소했다.

세종의 조춘,이덕구 변호사 등은 약제비 환수소송에서 제약회사를 대리해 1심에서 전부 승소하고 2심을 진행 중이다. 리베이트 관련 약가 인하 고시 취소 소송도 맡고 있다. 최근 복지부 기획관리실장과 한국제약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문경태 고문을 영입했다.

광장은 국내 최초의 연구목적 리베이트 형사처벌건과 관련해 G제약사를 대리,지난해 3월 당시 문제됐던 여러 제약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약물학 석사 출신으로 복지부,식약청 등에서 자문활동을 벌이는 박금낭 변호사와 서울중앙지방법원 의료전담부 판사 출신인 양희진 변호사 등이 있다.

율촌은 2008년 국내 최초로 '헬스케어팀'을 창설해 전문성이 가장 높다고 내세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감시팀장 출신의 이석준 미국 변호사와 독점규제법에 대해 석사논문을 발표한 김기영 변호사가 속해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