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과 함께하는 경영노트] 고객에 선택권 주는 '스테이먼디자인'…모든 데이터는 의미가 있다
2009년 MTV의 뮤직 어워즈 생방송 화면에 가수 비욘세와 에미넴,레이디 가가의 얼굴이 둥근 원 안에 나타났다. 시청자들이 비욘세를 지지하는 글을 트위터로 올리면 화면의 비욘세 원이 점점 커지면서 화면 중앙으로 옮겨갔다. 시청자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생방송과 연계돼 실시간으로 바뀌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시스템을 만든 주인공은 2001년 창업한 미국 디자인컨설팅 회사인 스테이먼디자인(Stamen design)으로 '데이터 가시화' 기술을 통해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었다. 데이터 가시화는 숫자나 문자로 저장된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 형태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MTV 사례처럼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를 즉각 시각화할 수 있다.

스테이먼디자인은 이런 매력적인 데이터 가시화 기술과 인터랙티브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패니는 2011년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회사 1위로 스테이먼 디자인을 선정했다. MTV와 NIKE,BMW 같은 큰 회사들의 프로젝트 의뢰가 끊이지 않을 만큼 창의적이고 특출한 성과를 만들어낸 스테이먼디자인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고객의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남다른 노력에 있다. 사실 디자인 회사는 프로젝트를 의뢰한 고객사의 요구에 충실하려다 보니 최종 소비자의 니즈를 곧잘 간과한다. 하지만 스테이먼디자인은 고객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려면 클라이언트에 앞서,클라이언트의 고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MTV가 프로젝트를 의뢰했을 때도 스테이먼은 MTV의 고객인 젊은층을 면밀하게 분석,트위터에 열광하는 그들의 니즈에 맞게 데이터를 시각화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다른 비결은 복잡한 정보와 데이터를 누가 보더라도 한 눈에 쉽게 알아보도록 표현하는 데이터 가시화 기술이다. 스테이먼은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자'는 차별화된 원칙을 갖고 있다. 모든 데이터는 상당히 광범위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말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고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에게 최선인 것을 찾는다는 이유로 데이터의 수를 줄여간다. 반면 스테이먼은 오히려 가능한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다양성을 제공하고 고객 스스로가 자신에게 최선의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다.

이 같은 스테이먼디자인의 노하우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위해 제작한 런던 지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반적인 구글 지도에서 런던을 검색하면 지도 왼편에 관광지 이미지가 4개 정도 뜨고,그 이미지를 클릭하면 지도 위에 위치가 표시된다. 이에 반해 스테이먼이 만든 런던 지도에선 먼저 6가지 색깔의 깃발들이 수없이 나타난다. 깃발을 클릭하면 블로그 정보,이벤트 일정,관광지 이미지 등이 지도 위로 바로 튀어나온다. 자유롭게 확대하거나 축소해 길을 확인할 수 있고,지도 안에서 검색도 가능해 이것만 있으면 런던의 모든 관광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당신이 런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스테이먼의 지도를 이용하지 않겠는가.

이계평 교수 / 문정화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