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린위학(以隣爲壑)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

황웨이핑 중국 런민대(人民大) 교수는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해법을 묻자 대뜸 낯선 중국의 사자성어를 꺼냈다. "(자신이 살기위해) 이웃을 골짜기로 밀어넣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환율개혁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평소 미국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해온 황 교수다운 화법이다.

30여년간 국제경제학을 연구해온 석학답게 미국 유럽 아시아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답변을 쏟아냈다. 그는 "세계경제가 회복되려면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무역전쟁이나 금융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산업구조의 문제이지 환율의 문제는 아니다"며 "미국은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기술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독일이 유럽에서 경제강국이 된 것은 직업 교육을 중시했기 때문"이라며 "아시아가 세계시장을 주도하려면 인재강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2일 글로벌 인재포럼의 기조세션Ⅰ에 참석,'혼돈의 세계경제'에 대해 발표할 황 교수를 최근 베이징 런민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하나.

"세계 경제는 지금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채무 문제가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무역도 서로 협력해야지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최근 미국 상원이 환율개혁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환율이 저평가된 나라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무역수지는 산업구조와 관련이 있다. 환율만 갖고 무역수지를 바꿀 수는 없다. 과거에도 미국은 마르크화나 엔화의 가치를 올렸지만 무역적자는 줄지 않았다. "

▼위안화 가치가 적절하다고 보나.

"중국은 물가가 너무 올라 위안화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요즘 중국의 물가 수준은 미국 못지않다. 논리적으로 보면 위안화 가치는 떨어져야 한다. 자유변동환율제 고정환율제 달러페그제 등은 모두 합법적인 환율제도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각 국가가 경제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

▼미국이 3차 양적완화(QE3)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다시 나왔는데.

"미국은 3차 양적완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양적완화의 목적은 자금을 방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돈이 모자라지 않는다. 금리가 낮아 채권발행을 통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미국 경제의 두 가지 동력인 소비와 혁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경제가 다시 일어서려면 대규모 혁신이 필요하다. "

▼중국의 달러의존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그 문제는 방법이 없다. 유럽 채권은 너무 불안정하다. 금은 비싸다. 스위스 프랑은 규모가 작다. 일본 채권은 해외에 팔지도 않는다. 한국 채권을 매입하니까 너무 많이 산다고 항의한다. "

▼유럽은 중국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지금처럼 유럽 채권가격이 떨어져서는 살 수가 없다. 채권매입은 일종의 투자다. 수익성이 나쁜데 살 이유는 없다. 물론 경제적 관점을 벗어나 정치적 입장에서 살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조건을 만족시켜줘야 한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미 유럽에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거래가 돼야 한다. "

▼최근 중국의 수출부진이 부각되면서 경착륙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경착륙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성장률이 9%대에서 5~6%로 떨어지는 게 경착륙이라고 본다. 그런데 중국의 성장률은 당분간 7%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성장속도가 느려진 것은 정부의 목표가 국내총생산(GDP)성장에서 산업 구조조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투자와 수출이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앞으로는 소비가 성장을 이끌도록 경제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내년에도 8%대의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 "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고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 중국도 위기를 맞을 수 있지 않나.

"미국 경제가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유럽의 위기도 독일과 프랑스가 버텨준다면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중국이 유럽의 채권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

▼부동산경기 둔화와 빈부격차 등이 중국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문제가 커지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도시에서 장기 거주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다. 누구도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원하지 않는다. 빈부격차 해소는 쉽지 않은 문제다. 고수입자의 수입을 줄이고 저소득자의 소득을 늘려야 하는데 둘 다 어렵다. 세금으로 고수입자의 수입을 줄일 수 있겠지만 이미 중국의 개인소득세는 45%나 된다. 저수입자의 소득을 늘리려면 통화팽창을 감수해야 한다. "

▼주요 20개국(G20)이 글로벌통화체제를 개혁한다고 한다. 어떤 방법이 있다고 보나.

"달러는 미국이 발행했지만 전 세계 국가가 사용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미국이 발행한 달러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특별인출권이나 금본위제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위안화를 대체통화로 말하지만 중국 역시 위안화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 중국은 자본시장을 당분간 개방하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급속히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 황웨이핑은…中 지도부 경제교사,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주장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원들이 집단학습을 가질 때마다 단골 강연을 해온 중국의 간판 경제학자다. 런민대 경제학원 원장을 지냈고 현재 런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세계경제,경제발전,국제무역금융,아 · 태지역의 경제협력 등이다. 런민대에서 국제경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화의 길》 《불황경제학의 회귀》 《발전경제학》 등 다수의 책을 썼다.

발전경제학자답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글로벌 분업과 공생관계를 강조해왔다. 그가 글로벌 경제 해법의 키워드로 '협력'을 제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 교수는 "아시아 경제가 발전하려면 최종소비 시장을 유럽과 미국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한 · 중 · 일이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 아시아 내부에 소비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인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도 제안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은 미국이 월스트리트를 동원해 세계 자원배분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독특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