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천장 뚫고 하이킥
일본 금융당국이 치솟는 엔화를 잡지 못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오는 27일 금융정책회의를 열 계획이지만 뚜렷한 묘안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75.78엔까지 오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달러당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8월19일의 75.95엔을 2개월 만에 뛰어넘었다"며 "75엔대로 치솟았던 엔화값은 다시 76엔대로 내려왔지만 또다시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세계 경제 불안이 엔화값 상승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초엔고'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카하시 오사무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무장관들이 잇따라 회동하며 그리스 등의 채무 문제를 논의했으나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상대적 안전자산인 엔화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당 엔화 환율은 75~76엔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이 조만간 3차 양적완화를 할 것이라는 시장 예측이 나오면서 엔고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을 풀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일본 금융당국과 경제계는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골머리만 앓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8월4일 달러당 엔화 가치가 76.87엔까지 오르자 하루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4조5100억엔(62조원)을 외환시장에 쏟아붓고 엔고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잠시 77엔대로 떨어졌던 엔화는 다시 76엔대로 올라서면서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은행이 27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 맞춰 금융완화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