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긴축안 2차 승인을 앞두고 불안감이 확산되며 증시가 또 다시 흔들렸다. 코스피지수는 장 막판 돌변해 1800선으로 후퇴했고 코스닥지수는 3% 이상 급락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50.83포인트(2.74%) 급락한 1805.09로 거래를 마쳤다. 반등한지 하루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뉴욕증시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미국 중앙은행(Fed) 평가에 실망하며 하락했다. Fed는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경제가 대체로 느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약화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스피지수도 강보합권에서 출발해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보합권에서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갔지만 외국인에 이어 기관까지 매도에 동참하자 지수도 돌변, 장 후반 낙폭을 급격히 확대했다.

외국인은 이틀째 '팔자'를 외치며 107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장 막판 입장을 바꿔 37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만이 917억원을 사들였다.

프로그램 매물도 부담이었다. 차익 거래는 88억원, 비차익 거래는 59억원 매도 우위로 전체 프로그램은 147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전기전자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크게 떨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팔아치운 화학과 건설 업종은 5% 이상씩 폭락했다.

철강금속을 비롯 기계 운송장비 의료정밀 증권 은행 금융 등 대다수 업종이 2~3% 이상씩 뒤로 밀렸다. 전기전자(1.07%) 업종만이 기관 '러브콜'을 받아 약세장에서 홀로 선방했다.

코스닥지수도 충격을 받았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8.19포인트(3.73%) 떨어진 469.98로 장을 마쳤다. 기관이 오후 들어 매도 우위로 전환해 외국인과 함께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은 7거래일째 '팔자' 기조를 이어가 35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관도 11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개인은 35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에서 위험 신호가 이미 나오고 있었다"며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이미 전고점 수준에 육박했을 뿐 아니라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 금리도 이전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오 연구원은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신을 통해 내년 1분기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될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환율은 하루만에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0원 오른 11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닷컴 오정민 /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