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를 추진한다는 것에 반발했던 기획재정부가 한 · 일 정상회담에서는 통화스와프를 주도적으로 합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4일 있었던 한 · 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외화 사정이 다급한 것 아니냐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합의문 초안에서 빼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던 재정부가 불과 5일 만에 입장을 확 바꿨기 때문이다.

이번에 원 · 엔 통화스와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한 곳은 재정부였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 일 재무장관회담에서 한국 측이 먼저 제안했다.

의문점은 재정부가 한 · 일 통화스와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에는 '외환유동성 공급을 통한 환율안정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한다'는 정상회담 발표문 초안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냐는 것이다. 재정부는 '외환유동성 공급을 통한'이라는 문구를 빼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해 관철시켰다. 은성수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환보유액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라며 "기회가 돼서 일본과 먼저 스와프를 하게 된 것뿐이고 미국과의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반대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재영 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 "통화스와프는 환율 등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발표 직전까지도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한 · 일 통화스와프는 말 그대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측면이 큰 반면 한 · 미 통화스와프는 '최후의 보루'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정부의 설명은 양국 정책당국자들이 합의한 '한 · 미 정상회담 발표문 초안'을 나중에 뒤집은 것을 해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