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깎아 달라는 요구가 길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음식점 업주들이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주유소 사업자들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실력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여기에다 오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인사들마저 시위 현장에 나타나 수수료율 인하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형성돼야 할 가격 메커니즘이 길거리 파워에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음식점중앙회는 18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범외식인 결의대회'를 열어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경찰 추산으로 5만명,주최 측 주장으로는 7만50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주유소협회도 20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생존권 사수대회'를 열고 카드 수수료를 내려 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범외식인 결의대회에서 "카드 수수료율을 모든 업종에 1.5%를 일괄 적용하도록 여신전문업법을 연말까지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나와 "서민들이 얼마나 번다고 (카드 수수료율을) 3% 가까이 떼어가나"며 "최소한 똑같이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음식점주 등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처럼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경기 불황과 물가 급등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삶이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벌어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실력행사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은 시장의 가격결정 원칙을 무너뜨려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그 피해가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해단체의 요구대로 수수료율을 낮추면 그에 따른 손실은 장기적으로 다른 곳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카드 혜택이 줄고 카드대출 금리가 오르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중소 가맹점은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혜택(700만원 한도 내에서 1.3%,영세사업자는 2.6%)을 받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대형 마트보다 오히려 낮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