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꿈에 그리던 금강산 화폭에 담다
[그림이 있는 아침] 꿈에 그리던 금강산 화폭에 담다
어린 시절 세계로 열린 유일한 창이었던 라디오.자기 몸집만큼이나 커다란 건전지를 몸에 달고 투박한 모노의 육성으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줬던 그 촌스런 소리상자는 우리 집의 보배였다. 그 시절 녀석의 지직대는 스피커를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흘러나온 가곡이 있었다. 바로 '그리운 금강산'이다. 다시 가기 어려운 민족의 영산에 대한 착잡한 심사를 토로한 그 곡은 그곳에 발조차 디딘 적 없는 소년의 가슴에 까닭모를 그리움을 심어놓았다.

그 그리움의 절경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던 2001년 화가 안백룡 씨(70)가 그곳에서 신명의 붓을 휘두르며 오랜 회포를 풀었다. 시사만화 '소오갈 선생'으로 촌철살인의 예봉을 과시했던 언론인 화가의 시선이 멈춘 곳은 만물상의 명물 삼선암(三仙岩).신선 모양의 세 봉우리 앞에서 그는 해묵은 그리움의 응어리를 잔잔한 필선과 화려한 색채로 풀어냈다. 우리는 언제쯤 금강의 품안에서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까.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