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14명 열창…멜버른의 밤은 뜨거웠다
"멜버른에 살면서 '나는 가수다'를 인터넷으로만 보다가 직접 보니 정말 기쁘다. 한국 문화와 국력이 신장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주부 이율리 씨) "'아리랑'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을 들으니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오늘 밤은 정말 감동적이다. "(사업가 안승철 씨)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가 12일 밤 호주 멜버른에서 2000여명의 교민을 대상으로 첫 해외 로케이션 공연을 펼쳤다. 이날 공연이 열린 '시드니 마이어 뮤직 볼' 야외 공연장은 본 조비와 아바,폴 매카트니 등이 섰던 멜버른 최고의 무대다. MBC가 추첨을 통해 호주 교민들에게 배포한 티켓 중 일부는 인터넷에서 300달러에 암거래됐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200여명의 팬들은 공연장 바깥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신정수 PD는 "한 무대에서 2000만원씩 받는 가수들이 무료로,그것도 14명이나 이 자리에 섰다. 아마도 '나가수' 사상 최고의 무대가 될 것"이라며 개막을 알렸다. 1부에서는 윤종신의 사회로 현재 '나가수'를 지키고 있는 7명이 열창했다. 조규찬이 '이별이란 없는 거야'로 포문을 연 뒤 장혜진이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인순이가 '봄 여름 가을 겨울',김경호가 '암연',자우림이 '라구요',바비킴이 '사랑 사랑 사랑',윤민수가 '아리랑'을 불렀다.

2부에서는 이소라 김조한 YB윤도현 김연우 JK김동욱 김범수 박정현 등 '나가수'에서 탈락했거나 명예졸업한 7명이 열창했다. 이날 공연은 오는 23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방영된다. 이날 1부 공연에서는 한 명이 탈락했다.

이번 무대는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유럽에 이어 호주에도 상륙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공연은 한 · 호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호주 관광청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외국이 한국 대중문화를 초청한 드문 사례다. 호주 측은 7억원의 행사 예산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 호주 관광청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대한항공 및 파트너 여행사들과 함께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등 주요 관광지를 여행할 수 있는 8가지 기획 상품을 개발했다. '나가수' 호주 로케이션 소식이 각국으로 퍼지며 짭짤한 홍보 효과도 거뒀다.

'나가수' 로케이션과 K팝 공연은 올 들어 호주에서 일어난 한국 대중음악 붐 덕분에 성사됐다. 호주 청소년들은 지난 7월 시드니,9월 멜버른에서 K팝 공연을 열어달라고 시위를 벌였다. 시드니 한복판인 마틴플레이스에서 300여명의 청소년들이 2시간 반 동안 소녀시대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의 복장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뉴사우스웨일스대 학생 130여명은 K팝 학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호주 공영 SBS 라디오 방송은 K팝 관련 퀴즈 행사를 열었다.

'나가수' 로케이션 현장을 찾은 정완성 호주 총영사는 "K팝이 호주에서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며 "한국 문화 강좌를 듣는 호주 젊은이들로부터 다음달 K팝 공연 티켓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멜버른=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