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IT(정보기술) 회사에 다니는 4년차 직장인 허가윤씨(31·가명)는 그동안 3000만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모았다. 그가 선택했던 첫 번째 자산관리방법이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지난 2007년 온라인 재테크 동호회에 가입,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ELS에 매력을 느꼈다.

허 씨는 당시 생활비와 고정적인 지출을 빼고 남은 월급의 50%를 적금과 펀드 그리고 ELS 등에 나눠서 투자했다. 당시 그가 선택했던 ELS 상품은 코스피200과 홍콩항셍기업지수(HSCEI)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2년 만기 원금 비보장형으로 투자금액은 총 400만원이었다.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내심 불안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만기 후 연 14.5%의 확정 수익을 받을 수 있었다. 14.5%는 분명 허 씨에게도 흡족할 만한 수준의 수익률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정성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ELS의 매력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이 19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대상으로 가상 포트폴리오를 의뢰한 결과, 투자기간 1년을 전제로 했을 때 ELS는 40·50대의 포트폴리오에서는 가장 높은 비중(각각 25%·22%)를, 30대에서는 두 번째(22%)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개별 주식 가격이나 주가지수와 연계하는 ELS 상품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한 구간 내에서 주가지수가 등락할 때는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종숙 유진투자증권 도곡자산관리센터 차장은 "손실조건(Knock-In) 구간을 40%로 설정한 ELS 상품은 코스피 지수 1800 기준으로 720 아래로 내려가야만 원금 전액이 손실된다"며 "지수가 쉽게 반등하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아래쪽으로도 크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ELS 상품 만큼 적절한 투자수단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차장 역시 "ELS는 국내 주식형펀드보다는 안정적이고 채권보다는 수익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며 "요즘 같은 시기에는 기대 수익을 다소 낮춰 연 12% 수준 이하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화 상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LS 상품은 크게 원금 보장형과 비보장형으로 나뉘는데 설정한 기초자산에 따라 지수형과 종목형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원금 보장과 지수형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이와 반대로 원금 비보장과 종목형은 수익성이 더 낫다.

어떤 ELS 상품이든 세부 수익 조건에 따라서 다시 스텝업(Step Up·상환기준이 평가일마다 올라가는 형태), 스텝다운(Step Down·스텝업과 반대), 노 낙인(NO Knock-In·손실가능 조건을 만기평가일 종가로 따지는 형태) 등으로 나뉜다. 이런 식으로 손실구간과 조기상환 조건에 따른 설정을 각기 달리함으로서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 차장은 "ELS 상품은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모두 다른 투자 방식이 가능하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지수형 중에서, 연 20%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공격적인 투자자는 종목형 중에서 고르는 게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최근까지의 하락장을 고려하면 종목형 ELS 중에서 특히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품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차장은 "ELS는 어떤 기초 자산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며 "종목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LG화학이나 삼성전자 같은 초대형 우량주나 SK텔레콤 KT 같은 고배당주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에는 낙폭이 과대된 고배당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수익률도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클수록 기대 수익률도 높아지지만, 원금손실에 대한 가능성 역시 같이 높아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본적으로 ELS 상품은 은해 예금이나 채권보다 위험한 상품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원금이 전부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ELS 상품인 스텝다운형은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원금을 전액 잃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ELS 상품을 적절하게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원금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PB팀장은 "현재의 지수대에서는 시기와 조기상환 조건을 분산,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기초자산의 구성을 지수형으로 하되 노 낙인 상품과 부분보장형 상품에 나눠 넣어 합리적인 ELS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차장은 "ELS 상품은 기초자산의 주가가 많이 오르길 기대하는 것보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등락하면 수익을 낼수 있는 구조다"라며 "또 당장의 등락이 아니라 6개월, 1년 뒤의 가격을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종목형 ELS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설문 응답자(가나다 순, 19명)- 권혁렬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을지본부점 PB, 김영민 하이투자증권 압구정지점 자산운용부장, 김용구 대신증권 컨설팅랩 팀장, 김용선 KB투자증권 도곡PB센터장,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PB, 김정환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PB, 박상호 하나대투증권 이수역지점 PB, 박응경 삼성증권 삼성동지점 PB팀장, 박재선 KB투자증권 목동PB센터장,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장,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 윤석현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센터장, 이권철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센터장, 이동희 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장, 이종숙 유진투자증권 도곡자산관리센터 PB, 이희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프리미어컨설팅팀장,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PB팀장, 정대영 KB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장, 최일종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신촌지점 PB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