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남자의 데이트 신청, 한번은 튕기는 게 협상의 ‘기본’
인생은 매 순간이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경우에는 혼자서 고민하면 되지만, 남과 함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일은 어렵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렇다. 내가 더 큰 이득을 추구하면 상대방이 손해를 봐야하는 제로섬 게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게 협상이다. 다시 말해 ‘상생의 길’을 찾는 과정이다. 협상은 윈윈 게임을 통해서 더 큰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상대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 협상은 필수

한국인에게는 협상에 대한 의식이 얼마나 있을까. 또 협상에 대해서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세계적인 경제 대국을 향해 달리는 한국이 과연 협상다운 협상을 하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뿌리 깊은 유교사상과 오래된 군사문화, 급한 성격, 정치인들의 소모적인 정쟁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남과 타협하고 남을 인정하는 협상의 본질을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타협을 야합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한국도 국제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었다. 외국 바이어의 일방적인 오더를 받아 납품하는 상황은 지났다. 자체 상표를 갖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생산적인 비즈니스 협상을 펼쳐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전에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문화를 통해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협상을 끌어내야 한다.

#협상 성공 여부는 사전 준비가 결정

미국의 한 대통령은 “나에게 나무 한 그루를 베는 데 9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날카롭게 하는 데 6시간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급한 성격이 정보기술(IT) 강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매사에 준비가 부족한 면도 있다. 협상을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게 있다면 상대방도 그런 생각으로 테이블에 앉는다는 점을 감안, 상대방을 분석해 협상전략을 세우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준비 없이 협상에 임하는 것은 몸도 풀지 않고 복싱 경기장에 올라 주먹을 뻗어보기도 전에 상대방의 주먹을 맞고 쓰러지는 것과 같다.

또 과거의 관행에 갇혀 주장을 펼치다 보면 생산적인 결과를 내놓기 힘들다. 뛰어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 너무 서둘러 결론을 내리면 창조적인 제안을 내놓을 수 없다. 자신의 생각과 상상에 한계를 느낄 때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점검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협상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프로야구 류현진 투수와 협상

선동열과 최동원 선수는 한국에서 5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전설적인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류현진 투수도 그에 버금간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국 야구의 수준은 프로야구 출범 초기에 비해 비교가 안 될 만큼 발전했다.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투수가 높이 평가받는 것은 실력이 세계적 수준으로 높아진 한국의 타자들을 마음대로 요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류현진 투수가 다른 투수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점은 표정관리와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기 때문이다. 협상은 조건과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투수가 어떤 구질과 힘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구질을 조합, 위기에서 자신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협상에서는 남을 컨트롤하는 것보다 자신의 위기관리가 더 중요한 전략 요소다. 위기 상황에서도 초조함과 허점을 보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시면서 “적에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한 전략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이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협상 요소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공기와 물, 음식이다. 사람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음식이 좋건 싫건 매일 먹어야 생명을 유지한다. 그런데 똑같은 재료를 갖고도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맛을 내는 점은 흥미롭다. 흔히 협상과 음식은 같은 원리라고 말한다. 음식맛은 손맛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손이란 ‘정성’의 상징이다. 협상에서도 ‘정성’, 즉 설득이 중요하다. 다음은 설득을 위한 요소들이다.

첫째, 단어 선택에서 긍정적이고, 특별하며, 정확해야 한다. 둘째, 언어의 수사적인 표현에서 고객의 기억력을 강타할 수 있는 강력한 어구와 우아한 표현을 동시에 쓸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감정처리에서 즐거움과 두려움, 안전, 불안감, 자부심, 수용 능력들을 적절하게 표현해야 한다. 넷째, 논리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사실과 정보, 견해, 조리 있는 말이 필요하다. 다섯째, 신뢰를 얻고자 할 때는 개인이나 회사의 원칙, 가치, 성실성과 각종 통계, 비교 분석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매력 없는 연애 상대는

사람에게 매력은 무엇일까. 세상 사람 중에 매력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 반면에 모든 게 매력적인 사람도 없다. 제품에 비유하면, 모두 좋은 점만 있거나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 연애 상대로 매력이 없는 여성은 어떤 유형일까. 성격이 나쁜 여인? 키가 너무 큰 여인? 뚱뚱한 여인? 아니다. 멋진 남자가 데이트를 신청했을 때 바로 응하는 여인이다. 협상에 비유하면 가장 나쁜 선택을 한 경우다. 어떤 거래처에서 비즈니스를 위해 조건을 제시할 경우 거래처의 제품과 조건이 좋다고 상대의 첫 번째 제안에 그대로 수락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에게는 협상에 대한 마인드가 필요하다.

첫 번째 제안은 상대방이 가장 큰 이익을 남기는 제안이다. 그래서 협상에서는 상대방의 첫 번째 제안은 무조건 거절로 시작한다. 국가 간의 협상도 마찬가지다. 상대 국가의 힘이 강해도 첫 번째 제안은 거절에서 시작한다. 그러므로 연애할 때 남자가 데이트를 신청하면 한두 번은 튕겨야 한다. 그래야 남자의 속마음과 진실도 파악할 수 있고, 자신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상대방을 초조하게 만들 수 있다.

최고의 협상가는 되지 못하더라도 최악의 협상가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여인으로부터 한두 번 거절당했다고 포기하는 남자 역시 매력이 없는 사람이다. 거래처로부터 한두 번 거절당했다고 비즈니스를 포기하는 회사는 문제가 있다. 거절당해도 또 다가가야 한다.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으면 끈질기게 다가가듯이 비즈니스에서도 거래처에 꾸준히 다가가는 것이 협상의 기본 전략이다. 협상에 정답은 없지만 공부하고 노력하면 지금보다는 더 효율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멋진 남자의 데이트 신청, 한번은 튕기는 게 협상의 ‘기본’
이종선 국제협상전략연구소장 internego@empal.com

△한성대 경제학과 졸업△석영상사 교육매체 사업부장,한국능률협회 국제협력본부 전문위원,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수원 국제협상강사,탑매니지먼트 컨설 팅ISO영어세미나 통역위원,엘코스그룹 해외영업이사 △현재 Killerspin Korea 대표ㆍ한국협상학회 상임이사 △저서=‘연애와 협상’‘비즈니스 협상’‘국제협상전략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