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게 끝난 금융허브의 꿈
서울 여의도에선 요즘 이달 중 1단계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국제금융센터(SIFC)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오피스 3개동 가운데 '오피스3'의 높이는 284m로 63빌딩(249m)보다 더 높다. 이미 여의도 스카이라인을 뒤바꿔 놓았다.

하지만 SIFC를 제외하면 10년 가까이 한국이 추진해 온 금융허브(hub · 중심지) 전략의 성과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한국도 한때는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찬 꿈을 꿨다. 금융허브 전략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처음 나왔다. 당시만 해도 영국의 런던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이 잇따라 지역 내 금융허브를 표방했다. 금융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안으로 추앙받으면서 마치 몇 년이 지나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서울 여의도로 몰려들 것 같은 분위기였다.

서울을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과 경쟁하는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정책은 아쉽게도 탄력을 받지 못했다. 세계 50위권 은행조차 하나도 없고 자본시장의 규모가 경쟁국에 비해 작은 한국이 '글로벌'은 고사하고 동북아의 금융허브가 될 것으로 보는 외국계 금융회사는 거의 없었다.

금융허브 전략은 시들해졌고,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이 추구했던 금융허브의 꿈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를 보여줬다. 잘 나가던 런던,홍콩,싱가포르,더블린,두바이와 같은 금융 중심지들은 감원태풍에 휘말렸고 도시는 순식간에 활력을 잃었다.

이명박 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 대신 '자산운용 시장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 금융중심지'를 조성해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창하게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전략은 사실상 접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