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우 SK플래닛 사장 "SK 콘텐츠 전세계 2억명이 즐기게 만들 것"
"앞으로 5년 내 전 세계에서 2억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 "

10월1일 SK텔레콤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SK플래닛 사령탑을 맡은 서진우 사장(사진)의 출사표다. 서 사장은 11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가진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비전을 설명한 뒤 "지난해 8000억원에 달했던 플랫폼 사업매출을 2016년에 3조5000원으로 늘리고 기업가치는 5조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서 사장은 이어 "매출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에 한정된 SK플래닛의 고객 기반을 티스토어,싸이월드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커머스,티스토어 등을 주력사업으로 삼은 SK플래닛은 △커머스 서비스 11번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음악사이트 멜론 등에 외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올려놓을 수 있도록 개발 프로그램을 공개할 계획이다. 서 사장은 2002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시절 싸이월드를 인수해 국내 최대 SNS로 키우고 2004년부터는 SK텔레콤의 신규 사업을 이끄는 등 SK그룹에서 인터넷과 뉴미디어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손꼽힌다. 다음은 일문일답.

▼SK텔레콤 경영시스템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가.

"SK텔레콤 근간은 네트워크 사업이다. 네트워크 사업은 에러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번 검수를 거쳐 확실한 것만 한다. 하지만 SK플래닛은 그러면 안 된다. 에러 없어지길 기다리다보면 남들이 먼저 하게 돼 있다. 그래서 의사결정 시스템부터 바꾸고 있다. 통신은 지역 서비스에 갇히지만 플래닛의 서비스는 전 세계로 확장된다. 서비스 기반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도 다르게 해야 한다. "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바꾸나.

"과거 임원들이 결정하던 것을 팀장에게 다 넘겼다. 근무환경도 팀에서 알아서 운영할 수 있도록 바꿨다. "

▼SK플래닛은 한마디로 뭘하는 회사인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정체성을 만들어가겠다. 우선 SK플래닛의 지향점은 '창의적 회사'다. 향후 5년 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객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를 많이 만든 회사,엔지니어들이 가장 다니고 싶은 회사,10년 후 정보기술(IT) 최고경영자(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

▼그런 비전을 어떻게 알릴 건가.

"슬로건으로 허그(HUG)를 정했다. 고객을 껴안고 세상을 끌어안으며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또 HUG는 인간(Human),독특함(Unique),세계화(Global)의 약자이기도 하다. "

▼SK플래닛 사업이 대부분 적자라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T맵은 이미 재작년 말 흑자전환했고 티스토어도 손해보지 않는 사업이다. SK텔레콤에서 분할하면서 5000억원의 잉여자금을 갖고 있어 미래를 위한 투자도 가능하다. "

▼글로벌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올 연말께 일본 시장에 SK플래닛의 앱 장터 티스토어를 직접 서비스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사용자 기반을 넓히기 위해 이달 중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을 SK텔레콤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쓸 수 있도록 개방한다. "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뒤에도 자금 지원을 해 줄까.

"SK플래닛은 추가적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 언제든지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이 반드시 지분 100%를 갖지 않아도 된다. 신주도 발행할 수 있다. 물적 분할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탄력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

▼최근 타계한 스티브 잡스가 한국 IT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스티브 잡스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모두에 은인이다. 애플 때문에 우리도 삼성전자도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양사가 힘을 합쳐 안드로이드 기반 생태계를 만들었다. 잡스의 사망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더 살았더라면 아이폰에 필적하는 또 다른 혁신을 내놓았을 것이다. "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