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값 떨어지는데…타이어 값 4~8% 또 인상
한국타이어가 지난 10일 타이어 가격을 4~8% 전격 인상했다. 올 들어 두 번째,지난해까지 포함해 다섯 번째 가격 인상이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50%)인 한국타이어에 이어 금호,넥센타이어 등 2,3위 업체에도 가격인상 도미노가 우려된다. 지난 한 달 새 타이어 원료인 천연고무와 부타디엔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타이어의 '기습 가격 인상'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료값 떨어져도 타이어 값 '껑충'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이달 초 대리점 등에 "트럭 버스용(TBR) 타이어 가격을 10일자로 4~8% 인상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타이어 유통업체들은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가격을 올려 받을 예정이다. 트럭 버스용 타이어는 소비자 가격이 35만~40만원대다.

한국타이어는 원 · 부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트럭 버스용 부문 2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원가부담이 크다"며 "굿이어,브리지스톤,미쉐린 등 수입 타이어 업체들도 지난 5~9월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이어 원료인 천연고무와 부타디엔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14~30% 급락했다.

원자재 정보업체인 코리아PDS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한국 현물시장의 부타디엔 가격(FOB · 본선인도조건)은 t당 2890달러로,1개월 전(3590달러)보다 29% 하락했다. 올초 t당 2000달러 선이었던 부타디엔 가격은 7월 초 4500달러로 사상 최고점에 올랐다가 미국 · 유럽발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수요가 급감,거래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부타디엔과 함께 쓰는 천연고무 가격도 동반 하락세다. 천연고무 가격의 기준이 되는 도쿄상품거래소(TOCOM) 3개월 선물가격은 ㎏당 316.1엔으로 전달(366.1엔)보다 13.7% 내렸다. 천연고무는 작년에 비해 올해 작황이 호전돼 연초(400달러대 초반)보다도 20%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공정위,담합의혹 조사

한국타이어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2월 5~7%,7월 4~9%,12월 3~5% 등 세 번 가격을 올렸다. 올 들어서도 지난 4월에 4~8% 인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은 일반 승용차용이 아닌 트럭과 버스 타이어가 대상"이라며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승용차용 타이어는 올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트럭 버스용 타이어 가격이 오른 만큼 승용차용 타이어 값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타이어 유통업체 관계자는 "아직 공문을 받지 못했지만 한국타이어가 이달 또는 다음달께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 · 금호타이어 등을 상대로 가격 담합 등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받은 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초 공정위 조사요원이 본사를 방문해 가격 인상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조사해갔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시장점유율 1위인 한국타이어가 제품값을 인상하면 금호와 넥센 등이 1~2개월 간격을 두고 뒤따르는 과정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조사에 타이어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물가 관리 대상으로 타이어를 포함시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3사 간 점유율 차이가 큰 만큼 담합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 금호타이어는 2005년 제품 가격을 5~10% 담합 인상한 사실이 적발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1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최진석/임현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