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파이어 · 실리콘 대신 일반 유리를 기판으로 이용해 LED(발광다이오드)칩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건물 외벽 유리창을 조명이나 광고판 등 디스플레이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유리기판 위에 단결정 수준의 질화갈륨(GaN)을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LED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번 기술은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 인터넷판에 지난 9일(현지시간) 실렸다.

새 기술은 LED칩을 만드는 기판 소재로 유리를 사용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LED 칩은 '질화갈륨'이란 물질을 평평한 기판 위에 마치 '죽순'을 키우는 것처럼 수직 모양의 결정 형태로 성장시켜 만든다. 이렇게 성장시킨 질화갈륨에 전기를 통하면 빛을 발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기판이다. 기판이 균일한 결정을 이룬 소재여야 질화갈륨을 수직 방향으로 고르게 형성시킬 수 있다.

현재 기판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사파이어다. 생산효율은 좋지만 크기가 2~6인치에 불과하다. 유리를 기판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유리는 결정상태가 고르지 않아 기판 소재로는 부적합하다는 게 업계의 통론이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기술은 이런 유리기판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유리를 기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LED칩 생산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유리기판은 가로 2.08m,세로 3.13m 크기로 2인치 기준 사파이어 기판에 비해 면적이 400배나 넓다. 성능의 차이가 없다면 LED칩을 400배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유리창을 LED조명이나 디스플레이로 곧바로 활용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빌딩 외벽 유리창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유리창 전체를 옥외 조명으로 활용할 수 있고,영상 전송기능을 더하면 외벽 유리창을 대형 스크린 등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