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잡스가 詩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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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에게 얻은 영감
생각의 힘 키워주는 시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
생각의 힘 키워주는 시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
주말 저녁 모임에서도 스티브 잡스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세상을 떠난 지 나흘이 지났고 장례까지 치렀지만 그는 아직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은 것 같다. 그의 위대함은 어디에서 시작됐고,그 예각은 어디까지 넓어질까.
우리가 나눈 대화의 주제는 잡스의 인문학적 자양분과 선불교적 깨달음,괴팍하기 짝이 없는 성격과 독특한 행동 등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주고받은 얘기는 '잡스와 시(詩)'였다. 잡스는 생각이 막히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18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을 펼치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었다.
양말공장 직공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상상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블레이크는 화가로도 천재성을 발휘했다. 시집에 그림을 넣고 독창적인 색채 인쇄까지 했다. 시대를 앞선 감각과 넓고 깊은 눈을 가진 시인 화가.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의 공간을 쥐고/한 순간 속에서 영원의 시간을 붙잡는다. '('순수의 전조(前兆)' 중) 블레이크에게 상상력의 근원은 자연이었다. 그는 자연을 가두는 모든 것에 저항했다. 잡스가 상상력을 가두는 모든 것에 저항했듯이.
애플이 잡스의 타계를 알리는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친구이자 늘 영감을 주는 멘토였던 그를 잃었다'고 했을 때 우리는 그 행간에서 잡스의 멘토이자 영감의 원천인 블레이크를 읽었다.
뿐만 아니다. 잡스와 상상력에 관한 얘기는 우리를 더 넓은 생각의 지평으로 데려다줬다. 그러고 보니 비자카드를 창업한 디 호크도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12세기 페르시아 시집 《루바이야트》를 늘 곁에 두고 읽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플라스틱 카드의 세계를 창조해낸 디 호크의 발상이 이 시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바이를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변화시킨 셰이크 모하메드 역시 열사(熱砂)의 땅에 스키장을 만들고 세계 지도를 닮은 인공섬을 건설하는 에너지를 시적 상상력에서 이끌어냈다. "내 능력의 한계는 상상력의 한계와 같다"고 한 그는 100여편의 시를 직접 쓴 시인이기도 하다. "내 심장을 울리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심장을 울리는 것"이라는 표현도 그래서 더 각별하게 와 닿는다. 그가 최고경영자(CEO · Chief Executive Officer)를 넘어 최고 상상책임자(CIO · Chief Imagination Officer)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또 한 사람.사운드 시스템 사업의 대부로 불린 시드니 하먼도 시를 유난히 좋아했다. 세계적인 음향기기 회사 하먼-카돈 창업주로 미국 뉴스위크까지 소유했던 그는 지난 4월 9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시인들은 우리가 생각한 '시스템'을 먼저 생각해낸 원초적 사상가이자,우리가 처한 복잡한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꿔주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경영하는 시인'으로 불러달라고 했고,그 힘으로 세계 음향기기 업계를 평정했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위대한 경영자들은 경쟁이나 비즈니스에 관한 책보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시집과 소설 등 문학 · 예술서를 선호한다. 위대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시집을 펼쳐보라.
우리가 나눈 대화의 주제는 잡스의 인문학적 자양분과 선불교적 깨달음,괴팍하기 짝이 없는 성격과 독특한 행동 등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주고받은 얘기는 '잡스와 시(詩)'였다. 잡스는 생각이 막히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18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을 펼치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었다.
양말공장 직공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상상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블레이크는 화가로도 천재성을 발휘했다. 시집에 그림을 넣고 독창적인 색채 인쇄까지 했다. 시대를 앞선 감각과 넓고 깊은 눈을 가진 시인 화가.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의 공간을 쥐고/한 순간 속에서 영원의 시간을 붙잡는다. '('순수의 전조(前兆)' 중) 블레이크에게 상상력의 근원은 자연이었다. 그는 자연을 가두는 모든 것에 저항했다. 잡스가 상상력을 가두는 모든 것에 저항했듯이.
애플이 잡스의 타계를 알리는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친구이자 늘 영감을 주는 멘토였던 그를 잃었다'고 했을 때 우리는 그 행간에서 잡스의 멘토이자 영감의 원천인 블레이크를 읽었다.
뿐만 아니다. 잡스와 상상력에 관한 얘기는 우리를 더 넓은 생각의 지평으로 데려다줬다. 그러고 보니 비자카드를 창업한 디 호크도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12세기 페르시아 시집 《루바이야트》를 늘 곁에 두고 읽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플라스틱 카드의 세계를 창조해낸 디 호크의 발상이 이 시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바이를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변화시킨 셰이크 모하메드 역시 열사(熱砂)의 땅에 스키장을 만들고 세계 지도를 닮은 인공섬을 건설하는 에너지를 시적 상상력에서 이끌어냈다. "내 능력의 한계는 상상력의 한계와 같다"고 한 그는 100여편의 시를 직접 쓴 시인이기도 하다. "내 심장을 울리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심장을 울리는 것"이라는 표현도 그래서 더 각별하게 와 닿는다. 그가 최고경영자(CEO · Chief Executive Officer)를 넘어 최고 상상책임자(CIO · Chief Imagination Officer)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또 한 사람.사운드 시스템 사업의 대부로 불린 시드니 하먼도 시를 유난히 좋아했다. 세계적인 음향기기 회사 하먼-카돈 창업주로 미국 뉴스위크까지 소유했던 그는 지난 4월 9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시인들은 우리가 생각한 '시스템'을 먼저 생각해낸 원초적 사상가이자,우리가 처한 복잡한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꿔주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경영하는 시인'으로 불러달라고 했고,그 힘으로 세계 음향기기 업계를 평정했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위대한 경영자들은 경쟁이나 비즈니스에 관한 책보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시집과 소설 등 문학 · 예술서를 선호한다. 위대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시집을 펼쳐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