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는 작년과 올해 삼성그룹의 굵직한 딜을 싹쓸이했다. 삼성카드는 최근 에버랜드 지분 20.64%를 매각하기 위한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을 선정했다. 삼성전자 등 9개 계열사가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58.7%를 매각하는 작업의 주관사도 골드만삭스였다. 작년 삼성생명이 상장할 때도 골드만삭스가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최근 증시 침체로 인수 · 합병(M&A) 시장이 침체되는 등 투자은행(IB)의 영업환경이 팍팍해지면서 삼성그룹을 단골로 확보한 골드만삭스는 다른 IB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삼성은 골드만삭스의 단골

삼성과 골드만삭스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업계 1위를 선호하는 삼성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1위를 추구하다 보니 IB 1위인 골드만삭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골드만삭스가 20년 가까이 삼성에 공들인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IB 중 삼성의 의중을 제대로 알고 지원하는 곳은 사실상 골드만삭스뿐"이라며 "산업분석 리포트와 재무구조 개선 등과 관련된 제안서를 수시로 가져다주면서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대한 삼성의 신뢰는 유명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 방안을 고민하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존 코자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에게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제외하고는 어떤 회사를 처분해도 좋다"며 "매각가격을 정하는 것까지 위임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업계 일부에서는 삼성그룹 고위 인사의 자녀가 골드만삭스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두 회사의 '밀접한 관계'를 공고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CEO와의 네트워크도 중요

골드만삭스 외에 국내 기업과 유난히 친한 외국계 IB도 상당하다. KCC와 가까운 JP모간도 그런 경우다. JP모간은 지난 7월 KCC가 만도 지분을 처분할 때 주관사를 맡았다. 지난해 KCC가 지분을 보유한 만도가 상장할 때,2009년 KCC가 교환사채를 발행할 때도 JP모간이 주관했다.

한 외국계 IB 임원은 "정몽진 KCC 회장과 임석정 JP모간 한국대표는 동갑인 데다 고려대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MBA) 동문"이라며 "다른 외국계들은 KCC를 넘보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인연이 없는 외국계 IB들은 잠재적 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공을 들인다. 외국계 IB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곳은 롯데다. 최근 2년간 파키스탄PTA 타이탄 아테니우스(석유화학) 타임스 바이더웨이(유통) 등 해외 기업들을 잇따라 사들였기 때문이다. 롯데는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과 가깝지만 HSBC(타이탄) BNP파리바(바이더웨이) 등 비교적 여러 증권사와 거래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최근 외국계 사이에서 '황제' 대접을 받는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