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커피믹스, 네슬레 꺾고 단숨에 2위
남양유업이 작년 말 출시한 커피믹스(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출시 6개월 만인 지난 6월 대형마트 기준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6월 '카페믹스'의 대형마트 시장점유율은 11.3%를 기록,20년간 국내 2위 자리를 지켜온 네슬레(9.7%)를 3위로 밀어냈다. 시장 구도가 고착화된 국내 가공식품 시장에서 신제품이 이처럼 짧은 시간에 상위 랭킹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식품업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많은 식품업체들이 1조원이 넘는 시장 규모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본 터였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커피에서 중요한 것은 원두'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크리머에 초점을 맞췄다. 오랜 유가공 식품의 생산 노하우를 활용,1년 동안 반복 실험을 통해 기존 크리머 대신에 무지방 우유를 혼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사실상의 커피믹스 판매 첫 해인 올해 시장점유율 목표를 20%로 잡고 있다. 대형마트 기준으로만 하더라도 매출이 최대 1500억원 내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등 신사업을 통해 2014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1조28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공격적인 목표 설정 배경엔 활기를 띠고 있는 해외사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는 이미 해외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중국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지역과 호주 미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또 다른 수출 주력품목은 분유다. 남양유업의 분유 제품은 카자흐스탄에서 낙농 선진국들의 제품을 제치고 처음으로 현지 소아과의사협회의 품질인증까지 취득했다. 회사 관계자는 "남양유업 분유의 영양성분 가지 수는 낙농 선진국 제품의 1.5배가 넘는 72가지에 이른다"며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는 고급 제품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작년엔 대만 유통업체와 500억원 규모의 수출협약도 맺었다.

남양유업 제품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성공하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연구 · 개발(R&D) 투자를 통해 품질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 회사 측은 "식품의 '절대 안전'을 경영정책 1순위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식품안전을 전담하는 식품안전센터와 식품안전지원팀을 신설했다. 원료 선정부터 제품 유통에 이르는 다중검사 시스템도 크게 강화했다. 6단계에 걸쳐 227가지를 검사하고 있다.

원재료 관리 시스템도 독특하다. 원재료 생산업체의 설비에 안전 등급을 부여,등급이 낮은 업체는 퇴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업체에 대해서도 안전평가를 통과한 업체의 제품만 수입한다. 수입 원재료에만 기준을 정하던 기존 시스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원재료 생산업체의 설비 자체를 검사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