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정장 패션의 완성은 넥타이를 통해 이뤄진다.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넥타이가 어울리지 않으면 맵시가 나지 않는다. 서울 신길동의 지엠아이는 32년 동안 넥타이를 만들어왔다. 1년에 수천종의 디자인을 개발하고 이 중 수백개 모델을 상품화한다. 최근에는 와이셔츠까지 취급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넥타이와 와이셔츠 시장에서 고급화를 주도하며 영국 일본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는 이 회사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서울 신길동 우신초등학교 옆에 있는 지엠아이(대표 윤종현·59)에 들어서면 디자이너들이 컴퓨터로 디자인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패턴과 색상을 결정해 외주업체에 발주하면 샘플이 도착한다. 이 샘플을 월별 제품 개발 스케줄 패널에 붙여 놓는다. 색상과 디자인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하는 넥타이 디자인은 1년에 수천종에 이른다. 이 중 여러 그룹의 품평회를 통해 패션을 선도할 수 있고 품격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만 제품화한다.

이들 제품은 레노마 탠디 포체 등의 브랜드로 전국 주요 백화점에 공급된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발렌티노와 레오나드는 해외에서 직수입한다. 레노마는 프랑스의 전통과 문화 자유스러움을 컨셉트로 한 제품이다. 발렌티노는 우아함과 카리스마를, 레오나드는 화려하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들을 취급하는 백화점은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이다.

32년 동안 넥타이를 생산해온 이 회사의 품질을 신뢰해 최근에는 영국 일본 대만 바이어들이 이 회사 제품의 수입을 결정했다. 윤종현 대표는 “아직 물량은 적지만 영국은 정통 신사 정장의 본고장이라는 점에서, 일본은 아주 까다로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면 타지역으로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5년 전 와이셔츠 분야에도 진출했다. 넥타이 단일품목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데다 넥타이를 찾는 사람 대부분이 와이셔츠를 산다는 점에 착안해 보완상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와이셔츠 브랜드는 레노마 포체 프랑크미첼 등이다. 로렌찌니와 까렐 오리알리 피나모레 등은 직수입한다. 이들 역시 주요 백화점을 통해 공급한다.

윤 대표는 “로렌찌니와 까렐 오리알리 피나모레 등 직수입 제품은 유럽의 귀족이나 중동 부호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수입하면서 이들 고급 제품의 디자인과 제품 생산 노하우를 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합천 출신인 윤 대표는 직장생활 등을 거쳐 1979년 세검정에서 5명을 데리고 창업했다. 이때가 27세. 창업자금은 단돈 50만원이었다. 넥타이를 디자인해 생산업체에 맡긴 뒤 제품을 떼어다 호텔 내 토산품과 기념품을 파는 매장을 통해 팔았다. 그 뒤 ‘홀치기(기모노) 기법’으로 넥타이를 생산해 일본인 등을 상대로 판매했다. 윤 대표는 “일본인들은 실을 1000번 감으면 총알도 못 뚫는다는 민간신앙이 있는데 이 때문에 홀치기 기법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홀치기는 염색하기 전 염색 대상물의 일부를 실로 견고하게 묶은 뒤 염색 후 감은 실을 풀어 묶은 모양의 무늬가 나타나도록 하는 염색기법이다. 이 제품을 통해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92년에는 수출을 많이 해 세계 일류화 상품기업(코트라)에도 선정됐다.

이후 32년 동안 넥타이 외길을 걸으면서 그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과 품질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영환경이 넉넉할 때나 어려울 때나 빠짐없이 디자이너들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홍콩 등지로 보냈다. 그곳의 전시회나 패션쇼 등을 참관하고 바이어와 소비자 동향을 파악하도록 했다. 지금도 디자인을 중시해 디자인연구소에 15명의 디자이너를 두고 있다. 전체 직원 300명의 5%에 이르는 것이다.

이같이 많은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은 색상과 패턴 등 철마다 바뀌는 유행을 선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넥타이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넥타이는 소재와 디자인 컬러가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감촉 느낌도 살아야 한다”며 “이같이 5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요즘엔 내년도 봄·여름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월별 디자인과 컬러 패턴을 기획한 뒤 이를 토대로 원단 제직에서 염색 봉제까지 협력업체의 모든 과정을 철저히 관리한다. 외주 협력업체는 서울 경기 부산 등지에 산재해 있고 약 25곳에 이른다.

윤 대표는 현대인에게 넥타이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첫째, 패션의 완성이다. 어떤 옷에 어떤 넥타이를 매느냐는 화룡점정의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만약 신사복 정장에 흰 와이셔츠를 입고 하얀 운동화를 신으면 얼마나 우습겠습니까. 요즘 많은 신사들의 패션이 바로 그렇지요.”

양복은 멋있는데 넥타이를 하지 않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넥타이를 매면 그 사람의 패션감각은 양복 정장에 갓을 쓰거나 고무신을 신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둘째, 넥타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을 만나는데 노타이 차림으로 만나면 아무리 정장을 했어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남의 결혼을 축하하러 가는데 청바지 차림으로 갈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마찬가지로 정장을 하는 자리에선 넥타이를 매야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노타이 차림이어서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해외에서 오는 손님들도 많은데 넥타이를 매야 한국이 예의 바른 나라라는 소리를 들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소기업인 누구나 바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윤 대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사업으로 바빠 젊을 때 공부할 기회를 놓쳤지만 만학을 통해 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새벽에는 영어학원에서 회화 공부도 했다.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에 참가해 드러커의 경영이념과 철학도 배웠다. 요즘에도 각종 경영·경제 조찬모임에 참석해 경기 동향과 새로운 트렌드를 배운다.

윤 대표는 세 가지 꿈이 있다. 국내에서 만든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명품 반열에 올리는 것과 수출을 늘리는 것, 그리고 협력업체와 상생 발전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해외에서 한국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선 국내 대기업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커져야 한다”며 “그래야 중견·중소기업도 ‘Made in Korea’라는 국가브랜드의 후광을 입을 수 있고 명품 브랜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30년이 넘는 기업 역사를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객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면서 ‘아, 한국에서도 마침내 이런 제품이 나오는구나’ 하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게 제 꿈”이라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