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영향 없어..재정감축 이행 여부가 관건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한꺼번에 3단계나 하향조정했지만, 정작 이탈리아 정부와 주식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무디스는 뉴욕시간으로 지난 4일 오후 이탈리아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2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히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해 향후 추가 하향조정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이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5일 오전(현지 시간) 짧은 성명을 통해 "무디스의 결정은 예상됐던 것이며, 재정 균형을 맞추려는 정부의 조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긍정적인 평가와 인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증권시장 역시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개장 직후 전일 종가 대비 1.84% 오른 채 거래를 시작했으며, 오전 중 1.14%로 상승폭이 줄어들긴 했으나 줄곧 1% 이상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런던 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39분 현재 5.54%로 상승했지만, `충격'이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탈리아 정부와 시장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이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달 19일 이탈리아의 장기신용등급과 단기신용등급을 한단계씩 강등시킨 이후 무디스의 강등 조치가 당연히 뒤따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 이탈리아 국채의 수익률 역시 신용평가사의 등급 결정 이전부터 BBB 등급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시장 전문가들도 무디스의 조치로 이탈리아 경제가 단기간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오는 2013년까지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지난달 의회의 승인을 받은 총 542억 유로(약 83조 원) 규모의 재정감축안이 충실하게 이행되지 못할 경우 추가 강등 가능성은 상존한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의 하나로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공부채를 줄이려는 정부의 목표를 이행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을 들었다.

더욱이 미성년 성매매, 위증교사, 부패 등의 혐의로 4건의 재판에 걸려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최근 새로 불거진 성추문에 휘말려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탈리아 경제의 장기전망은 한동안 개선되기 힘든 형편이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