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변수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공포에 휩싸였던 증시는 5일엔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또다시 휘청거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9.67포인트(2.33%) 하락한 1666.52로 마감했다. 이틀 동안 103.13포인트 떨어졌다.

해외 변수에 증시가 휘둘리다 보니 국내 요인을 보고 반등 시그널을 찾는 것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수급 상황과 기업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등 내부 요인(지표)보다는 외환시장 등 외부에서 반등 시그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외부 지표로는 달러화,로이터-제프리 CRB상품지수,미국 국채 움직임 등이 꼽힌다.

글로벌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최대 변수로 꼽히는 것이 유일한 안전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달러화의 움직임이다. 달러 강세가 약세로 돌아서는 시점이 유럽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비안전자산인 주식 선호도를 높여줄 것이란 설명이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및 유럽의 금리 차이를 고려할 때 유로 · 달러 환율이 유로당 1.25~1.28달러 수준에 도달하면 달러는 약세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물경기와 자금 흐름을 동시에 반영하는 상품지수의 추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상품지수로 통하는 로이터-제프리 CRB상품지수와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추이가 대표적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를 포함한 상품가격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상품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추이가 뚜렷해지면 글로벌 경기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금융위기 우려감에 따른 자금 이탈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미국 국채도 눈여겨봐야 할 지표다. 미국 국채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글로벌 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미국 국채가 약세로 전환할 경우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