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5' 없이 아이폰4의 후속 모델인 '아이폰4S'만 발표한 것이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애플은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사옥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이폰 신제품 미디어 이벤트'를 갖고 아이폰4S를 공개했다.

제품의 외형은 아이폰4와 유사하고 기능도 소폭 개선되는데 그쳤다. 아이패드와 같은 A5칩을 채택한 듀얼코어 프로세서로 최대 2배 빨라진 중앙처리장치(CPU)와 7배 빨라진 그래픽 성능을 제공하고 사람의 목소리로 조작할 수 있는 '음성 제어(Voice Control)' 기능도 선보였다. 이는 애플이 지난해 인수한 음성검색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시리(Siri)'의 기술을 아이폰4S에 접목한 것이다.

또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방식으로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2배 빨라진14.4Mbps에 이른다. 카메라도 아이폰4의 500만 화소보다 개선된 800만 화소를 탑재했다.

"아이폰4S가 기존 아이폰4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홍정모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종합적 완성도는 올라갔지만, 눈여겨볼만한 혁신은 없었다"며 "CPU가 상향되고 듀얼 안테나 구조를 갖췄으며 배터리 시간이 길어졌지만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김종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상대적으로 작은 3.5인치 크기의 스크린 사이즈가 유지되고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기능이 미탑재되는 등 경쟁사들의 최신 스마트폰 대비 스펙 경쟁력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성훈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애플의 하드웨어의 개선은 대부분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이미 채택한 것으로, 향후 애플의 콘텐츠 외에 국내 휴대폰 업체와의 차별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드웨어 스펙 경쟁은 제조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국내 업체의 시장 경쟁력 향상을 유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이 국내 휴대폰 산업의 구조 변경 시기였다면, 향후 2~3년간의 하드웨어 경쟁을 통해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위상이 재구축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4세대 LTE 기술 기반을 확보한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향후 하드웨어 차별화를 통해서 휴대폰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애플의 아이폰4S 공개 이벤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경감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홍 애널리스트는 "국내 스마트폰 관련 업종에 긍정적인 뉴스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 3분기부터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자리에 군림하게 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의존도가 높은 부품 업종이 더욱 주목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층분석]"아이폰4S, 혁신의 한계"…삼성·LG '경쟁력 부각'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