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기 일산 킨텍스 제 2전시장 융 · 복합 전시부스.자동 자수기계가 털실,리본 등을 부착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수를 놓고 있었다. 작업자는 자수 디자인 데이터를 기계에 달려 있는 '오퍼레이션 판넬'이라는 컴퓨터에 입력하기만 하면 끝이다. 과거에는 수를 놓기 위해 이른바 '미싱'이라고 불리는 재봉틀을 이용해 사람이 직접 원단을 움직여야 했다.

원하는 디자인을 입력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수를 놓게 된 원리는 융합이다. 국내 유일의 자동 자수기 생산업체인 썬스타는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기존 재봉기계에 IT(정보기술)를 접목했다. 회사 측은 "1970년대부터 산업용 재봉기를 생산하며 축적한 노하우에 높은 수준의 국내 IT기술을 융합해 독일과 일본 2개국이 독점하고 있는 자동 자수기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며 "자동 자수기를 운영하는 운영체제(OS) 환경에 네트워킹 기술을 접목해 관리자가 온라인으로 작업을 지시하고,작업중인 기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봉틀,IT와 만나다

국내 최대 규모 전시회인 한국산업대전이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4일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한국기계전을 중심으로 금속산업대전,서울국제공구전,서울국제종합전기기기전,국제플라스틱고무산업전,국제인쇄산업대전 등 국내 자본재산업 대표 전시회 6개를 통합한 대규모 행사다. 축구장 10개 크기에 해당하는 10만㎡ 규모의 전시장에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STX,우진세렉스,하스오토메이션,야마다 코리아 등 40여개국 1600개사가 참가했다. 총 6000여개의 전시 부스가 배치되며 브릭스와 중동, 중남미 등 해외바이어 2000명도 참여한다.

'융합,기술 그 이상의 세계'라는 슬로건에 맞게 국내외 첨단 기계기술과 융 · 복합 트렌드를 대표하는 제품들이 소개됐다. 고려반도체가 개발한 '레이저그루빙설비'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제작을 위한 필수공정인 웨이퍼 절단공정 분야의 신기술이 적용된 이 설비는 초정밀 반도체장비기술을 기반으로 레이저광학과 소프트웨어(SW) 제어,IT기술이 융합됐다. 반도체용 웨이퍼를 절단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톱날 등을 사용했지만 이 기계는 레이저를 이용해 부산물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작업효율을 높였다. 회사 측은 "세계 최초로 설비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그 동안 해외 업체에 의존했던 핵심기술 국산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일본 업체가 80% 넘게 점유하고 있는 5000억원 웨이퍼 가공설비 분야 등에서 무역역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장비에 IT 기술을 융합해 장비 가동효율을 높이고 작업 자동화를 구현한 지능형 굴삭기,재해 현장 등 위험지역에서 작업자가 스테이션 안에서 모니터만 보면서 무선 · 원격으로 조종하는 굴삭기원격조정스테이션도 대표적인 융합 기계제품으로 소개됐다.

기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세계 기계 IT융합산업 시장규모는 2008년 1조2000억달러에서 2018년 4조1500억달러,국내시장 역시 2008년 54조4000억원에서 2018년 176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시아의 '하노버 박람회'로 키운다

이번 행사는 아시아를 통틀어서도 최대 규모의 자본재산업 전시회로 연관성이 높은 6개 자본재 전시회를 처음으로 통합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정부는 대규모 전시회를 통해 '마이스(MICE)'로 불리는 관광을 연계한 전시 · 컨벤션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영탁 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은 "무역규모 1조달러에 걸맞은 국제 규모의 대형 전시회 육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통합전시회를 열게 됐다"며 "한국산업대전을 독일의 하노버 박람회와 같은 아시아 대표 대형 전시행사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규모가 큰 만큼 사상 최대의 비즈니스 성과가 예상된다. 일본시장 농기계 점유율 1위인 쿠보타,인도의 유력 자동차부품사인 소나시스템즈,쿠웨이트 1위 컨트랙터인 알가님인터내셔널 등 해외 주요 바이어 70여개사는 이번 행사기간 한국 파트너와 구매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구매상담 50억달러와 계약 5억달러 이상의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