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원개발,수익과 국익 접점 찾아야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큰 성과를 이뤘다. 석유 · 가스의 자주개발률(수입량 대비 우리 기업의 해외생산량)은 2007년 4.2%에서 작년에는 10.8%로 상승하고,해외자원개발 투자비도 같은 기간 29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어두운 일면도 수반됐다.

지난 2~3년간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개발사업 투자는 공기업들이 견인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작년의 경우 석유 · 가스 자원개발 총투자비의 80%가 공기업에 의해 추진된 사업이다. 공기업은 이런 해외자원개발 투자비 대부분을 국내외에서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해 왔다. 그 결과 자원개발 3대 공기업의 부채율은 각각 120~360%에 이르고 부채는 모두 31조원에 달한다(2010년 말 기준).지금의 계획대로라면 부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자원확보'와 '재무건전성'이라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명제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공기업이 자원개발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가,민간부문의 자원개발을 촉진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반문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자원개발 사업의 후발주자로서 국제 기업과 경쟁하기에 그 역량이 작은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는 공기업의 역할이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민간 기업이 해외에서 자원개발 사업에 성과를 올리기는 하지만,리스크가 크고 거액의 자금이 소요되며,투자회수 기간도 긴 대규모 광구투자를 민간부문을 통해 활성화하기는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 석유메이저들도 국영기업으로 출발했고,국제적 대형기업이 된 이후인 199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민영화의 길을 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건전성이 계속 악화되면서까지 자원확보에 대한 공기업의 역할이 강조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부채율이 높아지면 조그만 충격에도 기업이 부실화되며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어렵겠지만 자원확보와 재무건전성을 모두 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공기업 자체의 내부 혁신이 요구된다. 비용 슬림화는 물론이고,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광구 자산은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의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원개발 경험을 가진 인적 자원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역량보다 지나치게 과한 규모 확대는 부실을 낳을 우려가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드물게 '자주개발목표'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이 지표는 우리가 수입하는 에너지 · 자원량 대비 우리 기업이 해외 광구 개발을 통해 생산하는 에너지 · 자원량의 비율로서,이것이 높을수록 우리나라의 자원안보는 강화된다. 그래서 매년 정부와 공기업은 물론 여론까지도 이 목표의 달성 여부를 자원개발 정책의 성공과 실패로 보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심한 국제 자원시장에서 목표 달성에 집착해 투자정책이 추진된다면 오히려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주개발 목표는 정책의 구심점으로 삼되,목표 기간을 좀 더 길게 잡고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자원개발 사업은 프로젝트를 통한 수익 증대가 우선돼야 하지만,다양한 자원개발 연계사업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자원개발 사업은 단순히 에너지 확보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대규모 건설사업 수주 및 플랜트,설비의 수출 확대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 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신흥 자원 부국(富國)에서는 한국 브랜드를 높이면서 우리 기업의 투자와 교역을 촉진하는 데도 기여한다. 이런 관점에서 자원개발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평가는 단순히 회계적 계산으로 하기보다는 국익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수익 개선과 자원개발을 통한 외부 효과 창출의 적절한 접점을 찾는 투자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