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기축통화로서의 미달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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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경제해설(3) ..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기축통화로서의 미달러화.
미국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지 반세기 이상이 흘렀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전후하여 국제 통화질서로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가 형성되었다. 이는 미달러화 가치를 금과 연계하고 다른 나라 통화들은 미달러화와의 교환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에 따라 미달러화는 세계 무역거래 및 금융거래의 매개수단이 되었다. 즉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얻은 것이다. 1971년 브레튼우즈체제가 붕괴되었음에도 미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해 왔다. 현재에도 미달러화는 전세계 결제통화의 85%, 외환보유액 구성통화의 60%를 점하고 있다.
일국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유동성과 신뢰성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해외수요에 대응하여 통화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동시에 해당 통화를 믿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미달러화는 이 두 가지 요건을 비교적 충실히 지켜왔기 때문에 기축통화로서 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미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것은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악화된 데 기인한다.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 기축통화에 대한 수요도 늘게 된다.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여 추가적인 통화의 공급이 필요한데 이는 주로 기축통화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기축통화국이 해외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그 댓가로 지불함으로써 기축통화가 전세계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기축통화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용인되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그 규모가 기축통화국의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이다. 이 경우 소위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 Dilemma)라 불리는 유동성과 신뢰성 사이의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즉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기축통화 유동성은 늘어나지만 이로 인해 기축통화국의 대외부채가 쌓이고 통화가치가 하락함으로써 해당 통화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는 것이다.
현재의 미달러화가 처한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1970년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그 누적액이 8.1조달러에 이르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증가액만도 6.3조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들어 국제사회에서 미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과 함께 달러화 가치의 급락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도 달러화의 가치는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추세적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 왔다.
투자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의 신용도 또한 미달러화에 대한 신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의 교역 댓가로 미달러화를 획득한 나라는 거래 등의 목적으로 그 일부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를 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달러화에 대한 보유 유인을 높이기 위해 적정한 수익과 안전을 보장해 주는 투자수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 국채이다. 과거 미국 국채는 무위험 자산으로 불릴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신용도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미달러화를 보유한 나라들은 미국채에 투자함으로써 아무런 신용위험 부담 없이 약속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투자 매개통화로서 미달러화가 선호되었고 이는 미달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로 이어졌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재정 지출로 미국의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서 미국 국채의 신용도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최근 3년간 미국의 재정적자는 매년 1조달러를 넘어섰고 정부부채도 연간 GDP와 맞먹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앞으로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인구고령화 등으로 재정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로 지난 8월초 신용평가회사인 S&P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재정 악화로 미국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은 미국채 이외에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근래 유럽의 재정위기로 다소 추춤하고는 있지만 지난 10년간 세계 각국의 유로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최근에는 금, 원유, 곡물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미달러화에 대한 선호는 과거에 비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미달러화에 대한 신뢰도 하락하고 있다.
기축통화로서 미달러화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달러화가 당장에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당분간은 미달러화를 대체할만한 다른 통화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력한 기축통화 후보였던 유로화는 유럽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고 SDR 등 대체 결제수단 도입에 대한 논의도 답보 상태이다.
결국 기축통화로서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미달러화의 위상마저 흔들리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로 세계 경기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축통화인 미달러화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우리 경제의 어려움도 가중될 우려가 높다. 따라서 정책당국, 금융기관, 기업 모두 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투자자산을 더욱 다변화하고 무역거래에 있어서도 달러화 이외의 결제통화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당국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hiang Mai Initiative)의 다자간 확대, 아시아통화기금 창설 등 역내 통화가치 안정을 위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조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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