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장중 1650선까지 깨고 내려가면서 증권사들의 지수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은행 부실로 확산되면 코스피지수 1500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이은 급락으로 코스피지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으로 하락했다.

하이투자증권은 26일 내놓은 4분기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막기 위한 국제 공조가 실패하고 은행권 신용경색이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에는 코스피지수가 144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까지 떨어졌다"며 "현재 PER 7배에 해당하는 코스피지수는 1445"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재정위기가 금융 및 실물경제 위기로 번지지 않는다면 코스피지수는 1600~1950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증권은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당초 제시한 코스피지수 1730~1900의 박스권 하단을 1700으로 하향 조정한다"며 "위험 관리에 치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1700 미만으로 떨어져 지수 범위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코스피지수는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이날 코스피지수 종가 1652.71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를 기준으로 PBR 1.0배에 해당하는 1680보다 낮은 수준이다. PBR이 1.0배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PBR 등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평가를 통한 지수 저점 예측은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1차적으로는 1650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싼 것이라고 설명해도 선뜻 믿지 않는 분위기"라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 전망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유승호/강지연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