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경숙자 씨(63)는 최근 농협으로부터 '1년에 연 4.38% 특판금리를 주는 예금에 가입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경씨는 농협과 거래해본 적이 없다. 그는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후 인근 농협 지점에 들러 가지급금 2000만원을 신청했는데 이 때문에 문자가 온 것 같다"며 "특판예금 가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토마토 · 파랑새 등 7개 저축은행이 한꺼번에 영업정지되자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저축은행 고객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예금자 64만여명 중 상당수가 이탈할 것으로 보고 안전성과 고금리를 내세워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축은행 주변서 "우리는 안전"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본 · 지점 주변에선 보험회사 설계사들이 대거 몰려 가지급금 신청자들에게 연금보험 전단을 나눠주고 있다. 복리효과를 감안할 때 연 5% 중반에 달하는 고금리를 지급한다는 점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 한 설계사는 "저축은행 예 · 적금 수준의 높은 금리를 보장하면서도 부도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고객층을 저축은행과 공유하는 새마을금고는 '금리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성남의 한 새마을금고는 1년짜리 예탁금 금리를 종전보다 0.2%포인트 높여 연 5.0%로 결정했다. 이자소득세 15.4%를 내야 하는 은행 예금과 달리 농어촌특별세 1.4%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연 실효수익률이 5.83%에 달한다는 게 새마을금고 측 얘기다.

저축은행 가지급금을 단기로 넣으려는 고객을 위해 3개월짜리 예탁금 금리도 연 4.0%(실효수익률 4.7%)로 높였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똑같이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발빠르게 원금보장형 지수연동예금(ELD)을 내놨다. 각각 KB리더스정기예금 11-6호(국민) 및 세이프지수연동예금 11-9호(신한)다. 원금을 전액 보장하면서 1년 후 주가에 따라 은행 금리를 초과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다음달 초까지 한시 판매한다.

◆지급결제 대행 경쟁도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예금보험공사의 가지급금 지급대행 업무를 개시했다. 종전까지 농협이 유일한 지급대행 기관이었지만 최근 우리 · 신한 · 하나 · 기업은행이 추가됐다. 국민은행도 뒤늦게 가지급금 대행사 대열에 합류했다. 별다른 비용이 추가되지 않으면서도 신규 고객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란 판단에서다.

금융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고객이 가지급금 2000만원을 받으면 그대로 해당 시중은행의 보통예금에 넣어둘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은행이 예보와 실랑이를 벌이면서까지 막판에 지급대행 업무를 맡은 것도 고객층을 넓혀 예수금을 늘릴 기회란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 · 경남은행은 부산에 본점을 두고 있는 파랑새저축은행 인근 지점에서 4500만원 한도의 예금담보대출을 지난주 개시했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예 · 적금을 담보로 맡기는 조건이다. 별도로 파랑새저축은행 예금자들을 위해 전담 상담창구를 설치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고객층을 늘리고 대외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