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시장 개인투자자에게 최근 폭락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최대 '기회'였다. 너도나도 대박을 꿈꾸며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리스크 관리보다는 고수익에 몰두하는 개미들의 고질적 습관이 이번에도 문제였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 개인들은 지난달 1일 이후 2016억원(21일 기준)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하루 누적손익으로는 본전을 찾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반면 외국인은 이 기간 8782억원을 벌어갔다. 13거래일 만인 지난 8월19일에는 누적손익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번 집계는 주체별 순매수 수량에 다음날 선물지수 등락분을 곱하는 방식으로 집계됐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장중 매매가 잦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손실폭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승패를 결정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외국인은 하락장에 수익이 나는 '선물 매도' 포지션을 7월 중순 3만5000계약에서 8월 초 4만2000계약까지 늘렸다. 시장 분위기가 부정적일 때 외국인은 기계적으로 헤지(위험 회피)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증시가 오르면 주식시장 수익을 선물로 깎아먹게 되지만 위험을 줄이는 걸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이후 지수가 폭락하자 외국인은 환매수로 수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매도 포지션은 8월 말까지 절반 이상 줄였다. 반대로 개인은 급락 막바지에 매도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지수 반등이 나오면서 무더기 손실을 봤다. 한 전문가는 "외국인은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위험 회피에 나서는 반면,개인은 수익을 좇아 위험한 베팅을 늘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8년 리먼 사태(5월19일~10월6일)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외국인은 1조6000억원의 수익을,개인은 2700억원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개인 손실분에 일부 투자자문사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급변할 때의 원칙은 레버리지를 낮추는 것"이라며 "반대로 접근하다간 파생시장에서 늘 참패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