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설비업체 대경기계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기업구조조정펀드가 대우조선해양에서 다른 업체들로 대상을 확대한 이유는 관련 협상의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2일 "대경기계 인수작업이 완전히 손을 놓은 단계는 아니지만, 예비실사 이후 진행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민연금 기업구조조정펀드 측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지난 7월초 예비실사를 하는 등 대경기계에 관심을 보였다.

국민연금 펀드 관계자도 "대우조선해양이 대경기계 인수의사를 밝힌 이후 시장상황이 나빠지면서 매각 협상 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진도가 나간 것도 드랍된 것도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펀드 측은 앞으로 국민연금 등과 협의한 뒤 빠르면 이달 말부터 대경기계 제한적 입찰매각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해 대경기계에 관심을 보일만한 업체들에 의향을 묻고 이들을 대상으로 입찰매각에 나선다는 것이다.

제한적 입찰매각의 관건을 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연금 펀드 측이 대경기계 채권단으로부터 주당 6000원 수준에 대경기계 지분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대경기계는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당 33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펀드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입찰가격이 될 것"이라며 "입찰가격이 예상한 범위 내에만 들어오면 매각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최근 조선업체들의 보일러 업체에 대한 러브콜이 줄을 잇고 있지만 실제 매각이 성사된 경우는 드문 상황이다.

대경기계에 앞서 삼성중공업 피인수가 거의 확실시 되던 신텍은 분식회계설에 휩싸이면서 매각이 불투명해졌다.

신텍은 삼성중공업의 피인수 계약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신텍 지분 27%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최종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계약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신텍은 일부 회계상 오류가 발생한 것을 인정한 상태다. 삼일회계법인과 재감사 계약을 맺어 당기와 반기보고서에 대해 재감사 받은 뒤 보고서를 거래소에 제출해야 하는 처지다.

다만 조선업체들의 보일러 업체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만큼 새주인을 찾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박뿐만 아니라 플랜트 분야에서도 보일러가 필수 장비이기 때문이다. 현재 선박용 보일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