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김범수, 일본서 외나무다리 '격돌'
NHN 공동창업자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패권을 놓고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NHN은 일본 시장을 겨냥해 만든 스마트폰용 메신저 'Line(라인)'을 앞세워 다음달부터 현지에서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카카오톡의 아성을 허물기 위해서다. 이 의장이 직접 일본에서 가입자 확대 전략을 짜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김 의장도 급거 일본으로 날아가 정면 대응에 나섰다. 10월부터 일본 현지법인을 통해 카카오톡의 기능을 확대하고 현지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인터넷 업계의 쌍웅으로 꼽히는 두 사람의 대결은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 쟁탈전이라는 점 외에 개인적인 자존심까지 걸려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NHN "승부는 이제부터"

이해진-김범수, 일본서 외나무다리 '격돌'
NHN은 올 2월 '네이버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카카오톡에 참패를 면치 못했다. 출시된 지 반 년이 넘었지만 이용자 수를 공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진하다. 기능이 너무 많은 게 탈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속도가 느렸고 오류가 많았다. 그 사이 카카오톡은 1년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하고 최근에는 2000만명도 넘어섰다.

NHN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톡과 거의 똑같은 Line을 지난 6월 일본에서 선보였다. 출시한 지 두 달여 만에 이 서비스는 일본에서 8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모았다. NHN이 Line을 출시한 직후 일본에 해외 법인을 설립한 카카오톡의 일본 이용자 수는 현재 150만명에 달한다. Line의 2배에 달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만큼 차이는 나지 않는다. 여기에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한국과 달리 이제 막 태동단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수치다. 국내에서 카카오톡은 2000만명이 쓰고 있고 네이버톡은 3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일본시장 절대 못 내줘"

NHN은 일본에서 출시한 Line이 빠른 속도로 정착하자 네이버톡이 아닌 Line을 NHN의 모바일 메신저 글로벌 플랫폼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 의장은 일본에서 Line을 전담할 40여명의 팀을 새로 꾸렸다. 4억엔의 자금도 추가로 투입했다.

김 의장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다. 그는 "일본은 카카오가 처음으로 해외 법인을 설립한 곳이자 카카오톡 글로벌화를 선도할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이 일본에 공을 들이는 것은 NHN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일본은 NHN이 해외 에 진출해 유일하게 성공한 시장이다. 그것을 주도한 인물이 김 의장이었다. 그는 CJ인터넷재팬 대표를 지냈던 박차진 씨를 카카오재팬 대표로 영입한 데 이어 일본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과 함께 NHN의 공세를 차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끼리 해외 시장을 놓고,그것도 같은 회사를 창업했던 인물들끼리 경쟁을 벌인다는 사실이 업계에 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