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임원들, 방통위 불려가 혼쭐 난 사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동통신3사 임원들이 나란히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석상에 불려가 혼쭐이 났다.
단말기 보조금 과열지급과 관련, SK텔레콤은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는 대신 경쟁사 탓만 했다는 이유에서고 KT는 2G 종료 핑계를 댄 까닭에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잘못은 실컷 해놓고 3위 사업자라는 고리타분만 읍소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제51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통3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차별 지급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다며 총 136억70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이 기간 이통 3사가 가입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보조금 한도액인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한 비율이 LG유플러스가 45.2%로 가장 높았고 SK텔레콤 40%, KT 38.5%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SKT 상무 "LG U+ 횡포 지속"에 최 위원장 "남 얘기 왜 해"
방통위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3사 임원들로부터 의견 진술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SK텔레콤 하성호 상무는 "정부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LG유플러스의 겨우 스마트폰 리베이트율을 대폭 상향하고, 사무국 경고에도 횡포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3개월 간 월 30만대씩 연간 3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333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 홈쇼핑 노트북 경품 등을 제공했고 가입비 면제, 위약금 할부금 대납 등 편법을 지속해왔다"고도 지적했다.
그러자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잠깐"이라고 하 상무의 발언을 중단시킨 뒤 "왜 남의 회사 얘기를 하느냐. 다 생략하고 SKT 입장만 얘기하라"고 핀잔을 줬다.
하 상무는 다시 "SKT는 그동안 마케팅 경쟁을 자제해왔지만 시장과열 주도 사업자(LG유플러스)에 대한 제재가 명확하지 않으면 방통위 정책 일관성,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잘 지켜온 사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최 위원장은 이에 "SKT 입장만 얘기하라니까"라며 "지금 방통위에 충고하는 것이냐. 빨리 결론을 내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기 의견을 진술하는 데 시장 가열 주도 사업자를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문구를 어디에서 쓰느냐"며 "이런 자리에 오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조심하라"고 최 위원장은 덧붙였다.
이현섭 KT 상무는 "불미스러우 일로 의견을 진술하게 된 점 죄송하다"며 "KT는 2G 종료에 따른 보상의무 이행이 위반건수에 포함돼 위반률이 높아졌다"고 항변했다. "7월부터는 공정가격 표시제도(페어프라이스)를 시행하는 등 유통시장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김충식 방통위원은 "2G 구실로 모면하려는데, 2G를 감안해도 위반율이 얼마나 낮아졌냐"며 "국민기업 KT 답지 않다. 기왕 페어프라이스를 내세운 마당에 3사 선도적 역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문석 위원은 방통위가 이번 보조금 지급 실태를 조사하는데 나선 이후 KT에서 내부적으로 '대응지침서' 이메일을 발송한 것에 대해서도 "조사방해 가능성이 있다"며 "가중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거짓진술이나 입 맞추기나 악의적인 것"이라며 "빠져나가기 위해 대응지침서를 보내는 건 부도덕한 기업"이라고 꾸중했다.
LG U+ 상무 "3위 사업자 선처"에 양 위원 "꼴찌사업자 자랑 아냐"
이번 조사에서 가장 높은 위반율을 기록한 LG유플러스는 3위 사업자라는 처지를 생각해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상훈 LG유플러스 상무는 "경쟁사처럼 돈의 경제 보조금 경쟁 의도는 없다"며 "휴대폰 유통 특수성과 시장 정체로 인한 경쟁과열이 초래된 점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지난 주파수 할당에서 1조원 가까이 배팅한 회사가 있었던 반면 LG유플러스는 2.1GHz 주파수 대역을 가져가는 데 4455억원을 썼다"며 "가난의 대물림 3위 사업자의 호소를 인정해 방통위가 배려한거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LG유플러스는 국민과 정부에 배신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질책했다.
양 위원도 "3위 사업자의 특혜도, 고달픔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난의 대물림 같은 '유치찬란'한 관용문구는 제외하자. 사고치고 꼴찌사업자, 그게 자랑인가"라고 질타했다.
양 위원은 마지막으로 "통신시장에서 말이 안되는 일들이 계속 나타난다"며 "거대한 놈(SKT)이 개미(LG유플러스)한테 물렸다고 팔짝. 물은 놈(LG유플러스)은 안물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3사에 대한 과징금을 최종 결정하면서 "불합리한 행태가 지속된다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며 "조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고, 과징금을 늘릴수도 있으며 담당임원에 대한 인사조치를 권고하는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이통사들의 차별적 보조금 지급 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을 오는 11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