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지속되는 박스권 장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저가로 매수한 뒤 반등할 때 차익을 실현하는 박스권 트레이딩 패턴이 '족집게 수준'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달 주가 급락 시점을 활용해 6조원 넘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마트 머니'가 최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스마트해진 개인투자자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등락률과 개인의 순매수 · 순매도 간에 최근 들어 뚜렷한 상관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개인은 지수가 떨어질 때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을 받아내고 반등할 때 되파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총 23거래일 중 3거래일을 제외하고 되풀이된 패턴이다. 개인의 박스권 매매 '적중률'이 86.9%에 달한 셈이다.

국내 증시가 남유럽 재정위기 진척 상황 등 해외 변수에 따라 급등락을 되풀이하는 동안 개인이 주요 매매 주체 중 '가장 똑똑한 박스권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레버리지 ETF까지 활용

개인들은 이번 박스권 장세에서 자동차 조선 화학 정유 금융 등 낙폭이 컸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달 9~16일 급등락장에서 개인들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중공업 OCI 대우조선해양 호남석유 등을 하락기에 집중 매수한 뒤 반등기에 매도했다. 이 기간에 OCI 종가는 저점 대비 11.38% 올랐고 현대차(8.90%) 대우조선해양(8.46%) 등도 8% 이상 반등했다.

수익률이 지수 상승폭의 배가 되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최근 개인들의 박스권 매매 인기 종목이다. 개인들은 9~14일 급락장에서 코덱스(KODEX)레버리지를 1011억원 순매수하고 16일 반등장에서 1007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에 KODEX레버리지에 투자했던 개인들은 1주일 새 장중 고 · 저점 기준으로 최대 12.8%,종가 기준으론 최대 11.41%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 머니의 활약(?)

최근 박스권 매매를 주도하는 개인의 정체를 놓고 증시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길게는 수십년간 국내 증시에서 직접투자를 하며 살아남은 '개미 고수들'과 함께 지난달 초 · 중순 주가 급락기에 대거 유입된 거액자산가 등의 '스마트 머니'가 최근 박스권 장세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개인의 순매수 · 순매도액을 감안한 실질고객예탁금은 지난달 4~19일 약 2주 동안 6조5000억원 급증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 급락기에 외국인과 기관의 대형주 매물을 받아낸 점 등을 감안할 때 최근 매매를 주도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운용 자금 규모가 크고,신용거래 등을 하지 않아 주가 급락에도 여유가 있으며,발빠른 매매 감각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그리스 국가부도 등 해외 변수 악화로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하향 이탈할 경우 저점 매수,고점 매도 전략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