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공산당 아니야?"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마케팅)가 2007년 미국의 한 퇴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들은 말이다. "월마트가 절대적으로 위대한 기업"이라는 주장에 월마트가 직원을 대우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공격한 끝에 들은 이야기다.

파울 놀테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역사문화학)는 저출산 문제와 유럽 재정위기를 같은 선상에 놓고 해석한다. 리스크가 높은 사회에서 계속 결단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두 대가는 급진적이고 이색적인 문제 제기로 상생의 길을 찾는다.

상생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놀테가 '창'이라면 시소디어는 '방패'다. 놀테는 국가 등을 통한 재분배로 '만들어지는' 상생이 갖는 한계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파이터다. 시소디어는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의 수많은 사례를 들어 기업 입장에서 상생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올해 인재포럼에서 두 사람은 11월2일 특별세션Ⅳ(미래 자본주의와 상생-'상생의 교과서' 저자들로부터 배운다)에서 주제발표를 한다.

◆"상생,사내 인재개발에서 시작하라"

시소디어는 고객 및 지역사회의 사랑을 받는 것과 인적자원 개발은 직결된다고 말한다. 회사와 직원의 상생이 외부까지 확산된다는 것이다. 월마트와 웨그먼스(대형마트 체인)간 비교가 단적인 예다. 웨그먼스는 월마트보다 25% 높은 급여를 직원에게 준다. 단위 면적당 매출이 업계 평균보다 50% 이상 많다. 월마트 매출이 9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소디어는 로버트 웨그먼 웨그먼스 회장의 말을 빌려 설명한다. "고객들은 나를 붙잡고 '웨그먼,당신의 직원들은 너무 훌륭합니다'고 말한다"며 "직원들을 잘 대우함으로써 이직과 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광고와 마케팅 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을 매일 다그치는 데도 기업의 효율이 좀처럼 늘지 않는가. 시소디어는 브라질 선박부품회사인 셈코에서 답을 찾았다. 브라질 경기 침체와 함께 위기를 맞았던 리카르도 셈러 셈코 대표는 스트레스를 줄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자신은 물론 회사까지 바꿨다. 직원에 대한 통제를 과감히 줄이고 창의성을 높이는 환경을 만든 것.재미없는 회의는 중간에 자리를 뜨도록 권장,휴가는 꼭 가도록 강제했다. 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셈코의 매출은 1990년대 3500만달러에서 2000년대 초 2억1200만달러까지 뛰었다. 시소디어는 "직원들에게 '지각하지 말라' '화장실은 어떻게 쓰라'는 식으로 말하며 어린아이처럼 다뤄서는 안된다"며 "스스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살아갈 능력이 있기 때문에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공짜 점심'의 환상부터 버려라"

놀테는 "사회적 정의와 상생을 위해 새로운 재분배 수단을 제공하는 식으로 도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복지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주요 선진국의 재정상태는 전례없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놀테는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국가 시대는 점점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점을 하루 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생이 단순히 약자에 대한 강자의 '퍼주기'로 인식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놀테는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리스크와 맞닥뜨리기를 회피하는 사회문화 전반을 일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치열한 구직경쟁이 두려워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가족에 대한 책임이 싫어 결혼을 하지 않는 미혼자,어떤 결단도 내리지 못한 가운데 파국을 맞고 있는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이런 '리스크 회피 사회'의 단면이다.

놀테가 제시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투자와 교육이다. "투자와 교육 없이 복지와 사회적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놀테는 경제계와 시민사회 등 민간영역이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문제의식 안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소극적이고 정체되어 있는 사회가 다시 투자적인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며 "개개인이 참여하는 자세로 자신을 '투입'해야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목표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이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 개발이다. 중장기적인 교육이 진행돼야 '리스크 회피 사회'를 타개할 새로운 삶의 방식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독일의 대표 두뇌' 파울 놀테
중산층의 대변인…메르켈 정부 혁신委 자문역

파울 놀테가 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문화원이 2006년 그에게 부여한 '독일을 대표하는 두뇌'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다. 1963년생으로 아직 40대지만 독일과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성과를 인정받는다.

2006년 펴낸 '위험사회와 새로운 자본주의'에서 놀테는 서구사회의 양극화와 빈곤이 심해지는 가운데 이를 책임지는 국가의 능력은 쇠퇴하고 있는 딜레마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놀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책임과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지위 몰락에 대한 공포를 겪고 있는 독일 중산층의 대변자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놀테는 사회를 통합하고 개혁하는 수단으로서 가치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역사학자이지만 학계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이론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성장혁신위원회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기도 하다.

뒤셀도르프대와 볼티모어대에서 역사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 연구원을 역임했다. 주 전공은 18세기 이후 정치 · 사회 · 문화사와 미국사다. 브레멘국제대 교수를 지내다 2005년부터 베를린자유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상생 전도사' 라젠드라 시소디어
마케팅 구루…'깨어있는 자본주의' 이사장

라젠드라 시소디어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1958년생이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학계와 기업 컨설팅 등에서 눈부신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영국에 있는 세계 최대 마케팅 전문연구소인 마케팅재단에서는 그를 뛰어난 마케팅 사상가 50인에 편입시키며 '마케팅 구루'로 등록했다. 잭디시 세스 미국 에모리대 교수와 공저한 '빅3 법칙'은 미국 마케팅협회로부터 베스트 마케팅 도서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에 대한 기고를 통해 통신기술의 발달과 정보기술의 혁신이 불러올 마케팅 변화상을 생동감 있게 제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CNBC 등 유수 언론들이 시소디어의 원고를 앞다퉈 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소디어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 운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자본주의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직원,투자자,지역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 재단'을 설립,이사장을 맡고 있다. 시소디어가 '상생의 전도사'로 불리는 이유다.

컬럼비아대에서 마케팅과 경영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8년까지 조지메이슨대 마케팅 부교수로 재직했다. 2003년부터는 벤틀리대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