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초강세에 시달리던 엘피다메모리가 일본 내 생산능력의 40%를 대만으로 이전한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엘피다메모리는 일본 내 유일한 생산 거점인 히로시마 공장의 생산 설비를 대만 자회사인 렉스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앞으로 대만에서는 범용품을, 히로시마 공장에서는 스마트폰용 등 고기능 제품을 생산한다.

엘피다메모리는 D램 생산 능력 세계 3위 업체다. 이번 결정은 PC용 D램이 재고 증가로 가격이 급락한 데다 세계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원화 약세를 등에 업고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생산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겠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히로시마 공장의 D램 생산능력은 직경 300밀리 실리콘 웨이퍼 기준으로 월 평균 약 12만장이다. 이중 최대 40%에 해당하는 약 5만장 분의 제조설비가 앞으로 1년 안에 대만 자회사인 렉스칩에 단계적으로 이전된다. 기존 공장의 인접지에는 약 200억엔을 투입해 반도체 제조용 클린룸을 정비한다.

렉스칩의 현재 생산량은 약 8만5000장이다. 새로운 생산라인을 가동하면 13만5000장으로 늘어 엘피다의 일본과 대만 생산 비율이 기존 6대4에서 3대7로 역전된다.

대신 히로시마 공장은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저소비전력형 대용량 D램 생산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25~30나노미터의 미세 가공 기술을 사용해 웨이퍼 1장 당 보다 많은 반도체 제품을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히로시마 공장 인원은 그룹 내에서 흡수해 고용은 유지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엘피다가 일본보다 법인세, 인프라 비용이 싼 한국, 대만업체들에 기술력으로 맞서왔으나 엔화 초강세에 수출 경쟁력이 급감해 PC용 등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엘피다는 달러당 엔화가 1엔 낮아질 경우(엔화 가치 상승) 연간 영업이익이 40억엔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피다는 4~6월에 연결 영업손실 38억엔을 기록했으며, 주력 제품의 수요 침체 및 가격 하락으로 7~9월에도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