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14일 코스피지수는 유럽 재정위기 불안 여파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 코스피지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연설에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1810선으로 다시 후퇴했다.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44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안했지만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는 점에서 수급주체들은 관망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113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엿새째 '팔자' 기조를 이어갔다.

전날 뉴욕증시는 유럽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국제 공조 움직임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이틀째 오름세를 나타낸 뉴욕증시는 국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고,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유럽 지원방안 논의 소식이 호재가 됐다.

증권업계에선 여전히 그리스를 필두로 한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국내 증시를 뒤흔들 것으로 관측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이목은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지 여부에 모아질 것"이라며 "그리스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로 산출한 디폴트 가능성은 99.9%까지 치솟았지만 이런 수치는 무의미하고,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프랑스 등 주요 채권국이나 해당국 은행 등으로 전염되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리스의 디폴트가 세계 신용경색을 야기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이번주 독일이 유럽위원회와 그리스 관련 대책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것인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프랑스 금융기관 신용강등 여부 등이 세계 증시의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은 변수가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심 팀장은 "다음주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개최될 예정이고, 중국의 이탈리아 채권매입 지원도 결정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이번주는 세계 증시 변동성에 대비하고 다음주는 투자심리 회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큰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이에 대비한 투자전략을 주문했다.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추석 연휴 이후 시장에 대해서도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상승 가능성 보다는 하락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되지만 코스피지수가 1700선 부근에 근접할 경우 트레이딩 목적의 단기적인 매수 가담이나 비중확대 전략은 유지해도 무방할 듯하다"고 조언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추석 연휴 이전에 보유주식을 일부 비워 놓았다면 연휴 중 해외 증시 하락을 이용해 주식을 다시 담아가는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경기부양안이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고, 유럽 금융시장의 불안이 여전하지만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국내 자본이 성장한 현 시점에서 금융위기 재연을 걱정하는 비관론을 더 경계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코스피지수 1700선 중반에서 1900선 초반까지의 박스권을 설정한 매매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