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유럽발(發) 위기에 또 다시 휘청였다. 코스피지수는 1800선을 한참 밑돌았고 코스닥지수도 4% 가까이 급락했다. 환율은 급등했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77포인트(3.52%) 급락한 1749.16으로 거래를 마쳤다.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이탈리아와 프랑스 증시는 그리스 디폴트(이중침체) 우려에 8~9% 이상씩 급락했고 미국 증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코스피도 이러한 불안감에 장 초반부터 1800선을 밑돌았다.

장중 내내 지수 하락을 이끌던 외국인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프랑스 대형 은행 2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소식에 막판 매도 공세를 더 퍼부었다. 이에 따라 코스피도 장 후반 하락 속도를 더 냈다. 5일 이동평균선(1801)도 한참 밑돌았다.

외국인은 7일째 순매도에 나서 6889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기관은 장중 입장을 여러번 바꾼 끝에 788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도 4543억원 매수 우위였다.

프로그램 매물도 장 초반부터 쏟아졌다. 차익 거래는 168억원, 비차익 거래는 1172억원 순매도로 전체 프로그램은 1340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모든 업종이 크게 떨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팔아 치운 기계 업종은 5.42% 폭락했다. 운송장비와 화학, 은행, 증권 업종 등도 4% 이상씩 급락했다. 이 밖에 업종도 일제히 1~3% 이상씩 뒤로 밀렸다.

코스닥시장에도 외국인 매도 공세는 이어졌다. 이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64포인트(3.96%) 떨어진 452.30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장중 매도 우위로 전환해 152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00억원, 20억원 매수 우위였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부터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디스의 프랑스 은행 신용등급 강등 이슈는 충분히 예상을 할 수 있었음에도 충격은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송 연구원은 "이는 많은 변수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시장 불안이 큰 상황에서 일이 터졌기 때문"이라며 "유럽계 투자 자금이 발을 뺄 수 있는 명분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초반부터 환율이 급등한 것도 이날 증시의 조정 요인으로 꼽았다. 달러 인덱스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많이 오르면서 이날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송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워낙 취약한 상황"이라며 "프랑스 은행의 신용강등 이슈는 그리스 디폴트 우려를 다시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증시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급등세로 출발한 뒤 오후 들어 상승폭을 더 확대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0.50원 급등한 110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