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한국은 세계 4대 시장"
"품질만 좋다고 명품이 되는 건 아니에요. 진정한 명품이라면 (쇼핑할 때) '정서적인 감동'까지 고객에게 건네야 합니다. 루이비통이 매장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죠.인천국제공항은 규모나 수준면에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습니다. 그래서 들어가는 겁니다. "(이브 카셀 루이비통 회장)

'명품의 황제'로 불리는 프랑스 루이비통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매장을 열었다. 루이비통이 공항면세점에 둥지를 틀기는 전 세계에서 인천공항이 처음이다. 루이비통은 그동안 "비행기 탑승시간에 쫓기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며 전 세계 공항면세점들의 '러브콜'을 마다했었다.

루이비통이 나름의 '원칙'을 버리고 인천공항에 입점한 이유는 뭘까. 해답은 이날 문을 연 매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인천공항 면세점 내 '최고 명당자리'로 꼽히는 27번과 28번 게이트 사이에 다른 명품보다 4~5배 큰 550㎡(166평) 규모로 들어선 것.입점 수수료 역시 다른 명품 브랜드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셀 회장이 이날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에게 "고객들이 루이비통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 고맙다"고 말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커나가는 인천공항의 매력도 영향을 줬겠지만 '공항에는 관심없다'던 루이비통의 '변심'을 이끌어낸 결정타는 신라호텔이 제시한 파격적인 대우였다"며 "그 대가로 구찌와 샤넬을 잃었지만 신라호텔의 전체적인 손익은 플러스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비통이 그동안 공항면세점 출점을 꺼렸던 또 다른 이유인 '고객 줄 세우기' 문제는 '번호표'를 통해 해결했다. 루이비통은 고객 1인당 점원 1명씩 붙이는 '1 대 1 서비스'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고객이 가득찰 경우 먼저 온 손님 1명이 나간 뒤에야 새로운 손님 1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사람들의 통행과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며 '줄 세우기'를 불허하자 번호표로 대체한 것이다. 은행업무를 볼 때처럼 번호표를 받은 뒤 매장 밖에서 대기하다 전광판에 자신의 번호가 뜨면 입장하는 식이다.

카셀 회장은 "인천공항점에 점원을 100명이나 투입한 만큼 (오래 기다리지 않고)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여행객이 자주 이용할 것으로 보고 항공사처럼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직원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루이비통은 인천공항점의 연간 예상매출액 1000억원 가운데 65%가량이 일본 중국 등 외국인으로부터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루이비통의 '글로벌 4대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욱 루이비통코리아 회장은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 대해 "각종 소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품값 인상 요인이 FTA에 따른 인하 요인보다 컸기 때문"이라며 "현재 한국 판매가격이 프랑스 파리 가격보다 30%가량 높지만 다른 명품브랜드에 비해 한국 판매가격을 유달리 높게 책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천=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