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보증' 김수현, 회당 고료 5000만원 돌파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드라마작가 김수현 씨(68)가 국내 방송 사상 최고 고료 기록을 경신했다.

방송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씨가 SBS 새 월화극 '천일의 약속'에서 회당 5000만원을 받기로 제작사인 예인문화와 계약했다"며 "이는 역대 드라마 회당 최고 고료"라고 13일 말했다.

'천일의 약속'은 내달 20일부터 20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어서 김씨는 총 10억원의 고료를 받게 된다. 연출자는 주말극 '엄마가 뿔났다''인생은 아름다워' 등에서 김씨와 호흡을 맞춰온 정을영 PD로 낙점됐다. 정 PD도 회당 2000만원의 거액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천일의 약속'은 김씨가 2007년 '내 남자의 여자' 이후 4년 만에 집필하는 미니시리즈로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 사랑을 책임지는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그리는 정통 멜로드라마다.

지난달 드라마 제작 현장을 둘러본 김씨는 이달 초 트위터에 "중견 도사님들 걱정 없고 젊은 친구들 첫 리딩과 달리 어지간히 감들 잡아 '아아 망할 일은 없겠구나' 안심하고 귀가"라는 소감을 남겼다.

'천일의 약속'제작비는 스타작가와 PD,연기자 등의 가세로 회당 4억원까지 치솟았다. 미니시리즈 평균 제작비 2억원의 2배 수준이다.

이처럼 제작비가 치솟은 이유는 방송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4개 종합편성 채널이 연말부터 출범할 예정이고 지상파채널들은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가을철부터 '전략상품'을 집중 편성하고 있다.

SBS는 월화극뿐 아니라 수목극과 주말극까지 황금라인업을 구축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흥행 작가' 문영남 씨(51)와 김영현(45) · 박상연(39) 콤비도 붙잡았다. 히트작 '수상한 삼형제' 이후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던 문씨는 오는 17일부터 방영하는 50부작 주말극 '폼나게 살 거야'를 집필한다. 미니시리즈보다 장기간 방영하는 주말극 속성상 회당 고료는 김씨보다 낮지만 총액 기준으로는 높을 것으로 방송계에서 관측하고 있다.

'선덕여왕'의 김영현 · 박상연 콤비는 내달 5일부터 방영하는 수목극 '뿌리깊은 나무'(연출 장태유)에서 회당 3000만원을 받는다. 지상파와 종편의 경쟁이 뜨거워지기 전인 지난해 계약해 고료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MBC는 오는 11월부터 스타작가 최완규 씨(47)가 집필하는 드라마 '빛과 그림자'로 맞불을 놓는다. 최씨는 남성작가로는 역대 최고인 회당 3800만원을 받는다. 연말과 연초까지 이어지는 50부작으로 총 고료는 1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와 함께 종편까지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면서 유명 작가와 배우들의 몸값은 말그대로 천정부지"라며 "지상파와 종편의 무한경쟁 체제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과열 경쟁은 제작비 상승을 초래하고 결국 광고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게 뻔하다"며 "시청자와 방송사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