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기획재정부가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9일 오후 3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었다.박재완 장관이 여당의 복지포퓰리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해 재정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배경설명을 한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재정부가 마치 한나라당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당에서도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각 정책별로 당이 당초 요구했던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았으나 재정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하자는 정부 논리를 당에서 수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대학등록금 지원 1조5000억원의 예산도 교육재정 분야의 구조조정을 통해 절반을 부담토록 하는 등 효율적인 예산배정을 통해 가능했다고 예를 들었다.주로 초중고에 투입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경우 내국세의 일정비율(20.27%)로 묶여 있기 때문에 매년 7~8%씩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취학아동은 정체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도로 등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도 이미 1990년대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상당히 완비돼 있기 때문에 SOC 예산에서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2009년 개통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해서도 부정수급자 등이 크게 줄어드는 등 여러 측면에서 재정여력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복지포퓰리즘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특히 정부가 저임금 근로자의 사회보험료를 정부가 대신 내줌으로써 수익자 부담이란 사회보험 원리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이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가 ‘4대 보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네 월급에서 깎아야 한다’는 식으로 나온다”며 “현실적으로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계층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포기한 게 아니라 정부가 일부 계층에 대해 ‘마중물’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보험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이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 7,8일 두차례의 당정협의를 갖고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예산으로 1조5000억원을 책정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고용주와 근로자의 국민연금·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데 2300억원의 재정을 투입키로 합의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