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연설에도 안정을 되찾지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1810선으로 되밀렸고 코스닥지수도 이틀째 하락했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33.71포인트(1.83%) 떨어진 1812.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시작 전,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44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안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3000억달러)보다 큰 규모이나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이에 따라 주요 수급주체들은 장 초반부터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중 기관이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자 지수는 상승세로 반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물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지수는 장 후반 낙폭을 다시 크게 늘렸다.

외국인은 1090억원 순매도하며 엿새째 '팔자'를 외쳤다. 관망하던 개인은 1368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기관도 477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 자금 중 565억원이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프로그램 매물은 장 초반부터 꾸준히 나왔다. 차익은 2046억원, 비차익은 750억원 순매도로 전체 프로그램은 2796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8월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로 전달(6.5%)에 비해 소폭 낮아졌다. 다만 시장 예상치 밴드(5.9%~6.2%) 상단에 위치 하면서 증시에 별 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거래도 한산했다. 거래량은 전날 4억1666만주에서 3억2809만주로 줄었고, 거래대금은 7조198억원에서 5조4500억원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다. 전기전자 업종은 기관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1.94% 뒤로 밀렸다. 은행을 비롯 철강금속 운송장비 운수창고 통신 금융 업종 등도 2~3% 이상씩 급락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 그리 크지 않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경기부양책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공화당이 어느정도 수용해 주느냐의 문제가 시장에서 계속 이슈가 되고, 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송 연구원은 "중국 물가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돼 온 것은 사실이나 수치가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증시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체로 투자자들이 관망하고 외국인만 대거 매도에 나선 것이 특징적"이라고 평가했다.

코스닥지수도 이틀째 뒤로 밀렸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36포인트(0.92%) 내린 470.94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상승반전하기도 했으나 외국인과 기타계의 매물에 밀려 낙폭을 키웠다.

환율은 이틀 연속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0원 오른 107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닷컴 한민수 /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